[시론/오일환]6·25 ‘추모의 벽’ 건립 동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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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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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
지난달 27일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는 참으로 뜻깊은 행사가 펼쳐졌다. ‘6·25전쟁 정전협정 58주년 기념 만찬’이 있었다. 여기서 심상돈 카투사전우회장이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이 추진 중인 미국 워싱턴 시내 한국전쟁기념공원에 세워질 ‘추모의 벽’ 건립에 써 달라며 윌리엄 웨버 회장에게 500만 달러 상당의 그림 기증 증서를 전달했다. 심 회장의 행위가 특별히 감동적인 것은 행사 일주일 전 미국 방문길에 동아일보의 웨버 회장 인터뷰 기사를 읽고 애지중지 소장해온 고가의 그림들을 ‘가치 있는 일’에 주저 없이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참전미군 사망률 높아져 서둘러야

85세 노구의 웨버 회장은 기증식에서 감격에 겨워 내내 눈시울을 붉혔고, “믿을 수 없는 축복”이라며 연방 “한국이 정말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는 6·25전쟁 참전 미군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 한 사람의 선행이 미국인에게 큰 감동이 될진대, 이 기회에 우리 국민들이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성금 모금운동에 나선다면 이 소식을 접하는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심 회장이 “다른 분들의 기부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아마 같은 맥락일 것이다.

웨버 회장은 종전 60주년을 맞는 2013년 7월 27일 전쟁 와중에 산화한 미군 및 카투사 전사자 명단을 적은 ‘추모의 벽’을 완공해 생존 6·25 참전용사들에게 헌사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 계획은 7년 넘게 추진돼 왔으며, 지난달 15일에는 연방하원에서 민주 공화 의원 5명이 ‘추모의 벽 건립 법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정성을 모아 모금운동을 전개한다면, 이 계획은 훨씬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추모의 벽’ 건립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6·25 정전협정 이후 58년이나 지난 지금 참전 미군들의 사망률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를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게 마땅하다. 대한민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미군 전사자들의 피의 값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아마 많은 한국인이 성금 모금에 동참한다면 한미관계의 끈을 더욱 단단히 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안보 능력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잠시 멈추고 있는 정전상태일 뿐이다. 우리는 지난해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고서야 이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임을 다시금 뼈저리게 깨달았다. 주지하다시피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따라 정규전으로서의 6·25전쟁은 일시적으로 종료되기는 하였지만 비정규전 상황에서 남북 간에는 북한의 도발로 인한 크고 작은 교전들이 있어 왔고, ‘담론전쟁(談論戰爭)’의 형태로 여전히 치열한 심리전이 전개되고 있다.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는 망전필위(忘戰必危)의 교훈을 되새기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애써 지키고 힘들여 쌓아온 자유와 번영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인 동참땐 양국관계 돈독해져

우리는 지금 한미관계의 튼튼한 결속을 필요로 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고 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담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은 한민족 전체의 파국을 초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전쟁의 참화를 막기 위해서는 ‘남의 칼을 빌려 상대방을 친다’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의 지혜를 발휘하는 일이 중요하다. 돈독한 한미관계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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