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오바마가 김정일에게 해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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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9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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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북한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 응한 지 6일 만에 북-미 회담이 재개됐다. 미국과의 회담을 위해 뉴욕에 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기자들에게 “지금은 모든 나라가 화해를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결과 도발을 포기하고 대화와 화해로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것인가. 남북, 북-미 접촉 자체에 몰입하면 희망적인 전망을 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행태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김계관의 말장난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북-미 회담 징검다리 남북 접촉

북한은 7월의 절반을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냈다. 7월 4일 평양시 군민(軍民)대회가 출발이었다. 북한은 김일성광장에 각계각층 대표 10만 명을 모아놓고 ‘만고역적 이명박 패당의 죄행을 단죄 규탄’하는 소동을 벌였다. 대규모 야외집회는 전국 시도 단위로 내려가며 계속됐다. 어린 학생들까지 ‘이명박 역적 패당에게 무자비한 죽음을!’이라고 쓴 표지판을 들고 나와 함성을 질렀다.

그런 북한이 갑자기 우리 앞에 대화 상대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북한 스스로 안팎이 다른 이유를 밝혔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23일 ARF 연설에서 “조선반도 핵문제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전쟁 위협으로부터 나온 문제”라며 “그 근원을 제거할 책임과 능력을 가진 기본 당사자는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평소 하던 발언을 되풀이했다고 무시하기에는 상황이 특별하다. 하루 전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났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는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첫 남북 비핵화회담이라고 치켜세웠지만 북한은 핵문제를 해결할 책임도 능력도 없는 접촉으로 깔아뭉갰다. 북한 관영언론은 남북회담 개최 사실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에 남북 접촉은 북-미 회담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다. 북-미 대화를 통해 남한을 압박하려는 노림수도 들어 있다.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미련을 갖고 있다면 이 대통령 비판 집회를 그처럼 대대적으로 오래 할 이유가 없다.

화를 내야 할 일이지만 어차피 핵문제를 풀 주역은 미국과 북한이다. 미국이 북한의 속셈을 정확하게 읽고 제대로 대응하면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적대국과도 ‘터프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북-미 회담은 그런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하고 핵안보정상회의 창설을 주도했다. 내년 3월 서울에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서울 정상회의가 각국 지도자들의 공허한 말잔치가 되지 않게 하려면 북-미 회담에서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이 남북한 경색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도 잘 안다. 북한의 핵개발과 무력도발을 정면으로 다뤄 해법을 찾는 터프한 대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북한이 핵과 무력도발을 포기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중국에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지금까지 왔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면서 중국 탓만 계속하면 책임회피가 된다.

美, 터프한 대화 할 때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통해 김정일에게 전할 메시지는 간단명료해야 한다.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유일한 해법은 핵 폐기와 무력도발 포기다. 아울러 북한이 한국을 피해서 미국으로 오는 길은 없다” 정도면 어떨까. 오바마 대통령은 성취한 업적 때문이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모처럼 성사된 북-미 회담을 잘 이끌면 노벨 평화상 수상자답다는 칭송까지 얻게 될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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