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동규]11월 시행 ‘웹하드 등록제’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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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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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에서 영화감독 윤제균, 배우 정준호, 가수 백지영 등을 비롯한 많은 대중문화인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소식을 온라인 뉴스를 통해 접했다. 이들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등 4개 부처 관계자뿐만 아니라 문화산업계 인사들까지 함께했던 ‘콘텐츠산업 육성과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토론회 및 양해각서(MOU) 체결식’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한류’로 확인된 우리나라의 문화적 역량이 불법 복제로 병들지 않도록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앞서 언급한 대중문화인들을 비롯한 연예인들도 ‘콘텐츠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며 행사에 선뜻 동참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작년 한 해에만 영화 음악 게임 등 불법복제 피해액이 2조 원을 넘을 정도로 피해가 커지자 정부와 국회에서도 불법복제 방지와 저작권 보호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의미 있는 성과도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11월부터 시행되는 웹하드 등록제다. 그동안 웹하드, P2P 등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들은 ‘신고’만으로도 사업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음란물이나 불법복제물을 유통시켜 불법적 이득을 취해 왔다.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된 정보통신사업법의 웹하드 등록제는 불법 콘텐츠 및 음란물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기존 신고제로 운영됐던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의무적으로 방통위의 등록 절차를 거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상당기간 불법적인 거래 구조로 유통돼온 웹하드 시장을 단번에 바로잡을 ‘신의 손’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렵게 도입된 법안인 만큼 웹하드 등록제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제정을 통해 꼭 반영돼야 하는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웹하드업체 등록 기준을 높이되 가능하면 구체적이어야 한다. 해당 업체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 및 물적 시설, 자본금과 재무 건전성,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등록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하룻밤 새 문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이른바 ‘먹튀’ 업체를 가려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둘째, 해당 업체는 복제 전송 기록의 보존기간 및 보존방법을 명시해야 한다. 데이터 전송 기록은 해당 업체가 저작권 및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 키다. 서비스 이용을 위한 사이버머니 충전이나 사용 명세 등의 로그 파일이 의무기간에 보존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개정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업체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필터링 작업이다. 그동안 웹하드 업체들이 필터링 업체와 짜고 심야 시간대에 필터링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는 등 수많은 유착관계가 발견되어 왔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사후 모니터링이 가장 중요하며, 필터링 업체를 서비스사업자가 아닌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서 선정 및 관리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법망을 피해 영업활동을 하는 불법 웹하드 업체를 적발하기 위해 자율적인 기관이나 단체에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게 하는 방식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율 기관이나 단체에 적발된 불법 웹하드 업체에는 방통위가 서비스 중지 명령, 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즉시 취할 수 있게 함으로써 법망을 피해나가는 업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하드웨어가 뇌에 해당한다면 콘텐츠는 영혼이라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콘텐츠는 대한민국의 핵심 동력이자 영혼 이상임을 상기할 때 이 문제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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