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창봉]‘국민보다 조직’ 검찰 수뇌부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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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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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봉 사회부
최창봉 사회부
“검찰이 스스로 뼈저린 반성을 하지 않으면 다음 검찰개혁 논의에선 남은 수사지휘권도 모두 빼앗길지 모릅니다.” 5일 수도권 지검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확산되는 위기감을 이렇게 전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조직 이기주의의 극치’라는 맹비난을 받으면서 검찰의 고립감과 좌절감이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수정 의결된 데 이어 궁지에 몰린 김 총장의 사퇴마저 싸늘한 시선을 받자 검찰은 충격 속에 말문을 닫았다.

두 달 남짓 이어진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찰은 “경찰 권력이 통제를 받지 않으면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형사사법제도 역사와 법체계를 따져볼 때 검찰이 경찰을 통제하지 않으면 경찰이 지배하는 ‘경찰국가’가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일부 검사는 “왜 우리의 우국충정(憂國衷情)을 몰라주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외침은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일부 시민은 검찰이 내세운 논리를 ‘오만’과 ‘독선’으로 봤다. 정치권도 검찰의 반발을 무시했다. 평검사들이 비분강개해 긴급회의를 열 때도, 대검찰청 검사장들이 모두 사표를 던질 때도 ‘국민을 위해서’라는 검찰 주장은 전혀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국민들은 ‘밥그릇 지키기’나 ‘조직을 지키기 위한 몽니 부리기’로 인식했다. 그만큼 검찰과 국민의 시각차가 컸던 셈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은 이미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와 그랜저 검사 파문이 일어났을 때 검찰 수뇌부는 책임 소재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대검찰청이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특임검사를 임명했지만 “누군가 사표를 내야 한다”는 주장은 아예 없었다. 당시 대부분의 검사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의혹이자 일부 검사만의 문제”라고 치부했다. 검찰 내부게시판에도 자성(自省)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논의에서 검찰이 가장 크게 잃은 것은 수사개시권이 아니라 국민 신뢰다. 조만간 결정될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도 이 부분이다. ‘조직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아집을 깨뜨려 국민에게 다가가지 않는 한 검찰이 제 자리를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을 지켜줄 존재는 대통령이나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검찰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최창봉 사회부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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