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승찬]차이콥스키 콩쿠르 쾌거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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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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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예술경영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예술경영
1일 발표된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과에 온 나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녀 성악 우승과 피아노 2위, 3위에다 바이올린 3위까지 한국 음악인이 다섯 명이나 입상을 했다. 그 가운데 피아노 3위를 차지한 서울예고 조성진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인 까닭이다.

세계 클래식계서 위상 떨치는 한국

그러나 정작 화제의 중심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너무나 조용하다. 방학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권위 있는 국제콩쿠르에서의 입상이 일상사가 되어버린 탓이다. 불과 얼마 전 성악과 졸업생 홍혜란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콩쿠르로 일컬어지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그랬다. 학교 게시판에는 지금도 음악원과 무용원 학생들의 국제콩쿠르 입상 소식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붙어 있다.

손열음이 귀국하면 위로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승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명훈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하고 카퍼레이드까지 벌인 것이 엊그제 일 같은데 어느덧 콩쿠르에 나가는 우리 음악인은 입상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모두들 성악 분야의 쾌거가 의외라고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한국 성악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까지 라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이었던 리카르도 무티는 오페라를 연습하다가 이탈리아 성악가들이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당신들 이러다가는 한국 성악가들한테 밀려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이제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 가운데 한국인 성악가가 없는 극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베이스 박종민도 현재 독일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 몸담고 있다. 여자 성악에서 우승한 서선영과 피아노에서 2위를 한 손열음, 바이올린에서 3위를 한 이지혜는 현재 독일에서 유학 중이다. 공부를 위한 유학이기도 하지만 세계무대로의 본격적인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더 많은 정보와 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처음 열렸던 1958년, 미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밴 클라이번이 우승을 차지하자 우선 세계가 놀랐고 미국 전역이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음악도가 세계를 제패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무대를 누비는 미국 연주자들 중에는 콩쿠르 경력이 전혀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들에게 콩쿠르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것이다. 능력만 있으면 콩쿠르에 나가 입상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력으로 세계무대 경쟁할 환경을

이것이 바로 우리의 과제다. 이제 우리의 젊은 음악가들이 유학을 가지 않고 콩쿠르에서 입상하지 않아도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야 한다.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계기로 세계의 음악인들과 음악 애호가들이 전보다 더 눈을 부릅뜨고 우리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때를 놓치지 말고 우리 모두의 관심과 역량을 하나로 모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그들이 더 많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20여 년 전 우리의 문화예술인들이 다 함께 뜻을 모으고 나라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를 뒷받침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만들었고 또 지금까지 잘 보살피고 이끌어 왔듯이 이제는 그렇게 키워낸 우리의 예술 영재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더 나아가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자랑이자 긍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국민 모두의 뜻과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예술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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