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용하]일반의약품 약국外 판매 해법은?

  • Array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일반의약품 판매를 두고 논란이 격렬해지고 있다. 약사의 도움 없이 복용할 수 있는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라는 주장과, 감기약 소화제 해열진통제 같은 일반의약품은 현행 약사법상 약국 외에서 판매할 수 없다는 주장이 격돌하고 있다.

의약품 분류체계 개정이 먼저

보건복지부는 현재 약국에서만 팔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까스활명수 같은 액상소화제류와 마데카솔 안티프라민 등 외용제, 박카스 등 자양강장 드링크류 등 20∼2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약국 외에서 팔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통상 가정상비용으로 지칭되는 약들을 포괄적으로 약국 외에서 파는 것은 약사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의사회나 시민단체들은 복지부가 지나치게 약사회 편을 든다고 비판한다. 외형적으로 복지부 입장은 잘못된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은 복지부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문제는 이를 허용하면 접근성과 편의성은 높아지지만 안전성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보건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분석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사실상 전문성이 중시되는 영역이다. 그런데도 약사와 의사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것은 국민 시각에서 의아할 뿐이다.

일부는 국민 80%가 가정상비약에 대해 약국 외 판매를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약국 외 판매를 주장하지만 이는 참고사항일 뿐 국민이 원한다고 위험한데도 무조건 허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은 특정 의약품이 약사의 복약 지도 없이도 오·남용될 우려가 적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느냐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이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 독일 스위스 캐나다 미국 등의 선진국은 3, 4분류 구분을 통해 이런 기준에서 문제없는 의약품은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외형상으로는 3개 분류이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일반의약품 중에서 약사의 복약 지도가 필요한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으로 분류할 수 없기 때문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 사례로 볼 때 우리나라의 현재 분류체계로는 국민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평가해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으므로 의약품 분류체계의 적합성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현행법은 그대로 두고 편법으로 통상 가정상비약으로 불리는 약품들을 의약외품으로 분류한다든가,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심야와 휴일 등 취약시간대에 약국의 당번근무를 강화하겠다는 약사회의 고뇌 어린 언약은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근본적 대안은 아니다. 의약품 분류는 약사법 규정 사항이므로 정부는 의약품 분류체계 개정안을 우선 국회에 제출해 심의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새로운 분류체계가 의결되면 정부는 그 기준에 따라 국민의 시각에서 전문성에 기초한 의약품 재분류를 하면 되는 것이다.

안전성 검증된 것부터 단계 허용을

물론 정부의 공정한 업무처리 과정이 특정 이해단체에 불리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런 측면을 무시할 수도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단계적인 접근이다. 안전성이 입증된 의약품부터 국민 편익에 맞춰 단계적으로 허용하면 된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정부는 이렇게 민감한 사안일수록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도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이 문제가 비록 해묵은 난제이기는 하지만 한 번에 풀려고 하면 더욱 엉키는 실타래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금은 더 정부를 신뢰하고 지켜보자.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