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과 검찰, 사법개혁과 비리수사 거래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문제를 놓고 정치권과 검찰이 벌이는 기(氣)싸움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몰입돼 국민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소위가 중수부의 직접 수사기능 폐지를 법제화하기로 합의하자 검찰은 저축은행 수사를 사보타주하는 식으로 반발했다. 진행 중인 저축은행 수사에 제동을 거는 듯한 정치권의 행태도 문제지만 회사의 구조조정에 노조가 태업으로 맞서는 듯한 검찰의 태도도 잘못이다.

사개특위는 그동안 중수부 폐지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검찰의 자발적 폐지를 유도할지, 국회의 검찰청법 개정을 통한 강제 폐지를 관철할지 결론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저축은행 수사에 대한 중수부의 칼날이 정치권으로 향하자 전격적으로 강제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검찰 수사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정치권이 중수부 무력화(無力化)를 통해 수사를 방해하고 자신들의 비리를 덮으려 한다는 검찰 주장에 수긍할 점이 있다.

검찰이 집단 반발을 하는 모양새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비칠 수 있다. 중수부는 우리 사회의 거악(巨惡)과 맞서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대표적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무리한 수사로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무죄 판결이 난 사건이 많았다. 정치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다. 중수부 폐지 주장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검찰 자신이다. 검찰이 사개특위의 공세에 발끈하기보다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묵묵히 전념했더라면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저축은행 비리는 감독기관과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해 적당히 덮으려 한 사건이다. 비리의 뿌리를 도려내 공정사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도 수사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 모처럼 중수부의 존재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행여 정치권이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입법권을 남용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도 감정적 대응으로 쓸데없는 정치적 논란을 자초해서는 득 될 것이 없다.

중수부 폐지 여부는 당장 결론을 내기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사개특위는 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중수부의 역할을 대신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년 임기를 보장받는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중수부도 권력의 외풍(外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마당에 임기 보장도 안 되고 보직 인사에 신경 써야 하는 지검장이 정치권력의 압력을 방어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검찰도 기득권에 집착하고 개혁을 거부하는 집단으로 비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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