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준언]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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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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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언 숭실대 교육대학원장 영어교육학
박준언 숭실대 교육대학원장 영어교육학
교육과학기술부는 며칠 전 공개 토론회를 통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영어능력평가시험 제도의 도입을 예고했다. 이 시험은 대학생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1급 시험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2, 3급 시험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2, 3급 시험은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어)영역을 대체할 목적으로 도입되는 것으로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주된 관심은 아무래도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할 2, 3급 시험일 것이다.

수능 대체 영어교육 정상화 출발

2, 3급 시험은 영어 의사소통능력 함양이라는 영어교육의 본질적 목표를 평가를 통해 제대로 구현하고자 하는 국가적 영어교육 정상화 의지의 표현이다. 즉 현재의 수능 영어시험이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간접적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어 우리나라 학생들의 영어 사용 능력을 균형적으로 신장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반성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4가지 영어 사용 영역을 모두 직접적 방식으로 평가하려는 것이다.

향후 2, 3급 시험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경우 학교 영어교육의 내실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평가가 교육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평가의 환류효과(washback effect)로 자연스럽게 영어 수업시간에 교사와 학생들 모두 영어의 4가지 영역을 골고루 가르치고 학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험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우선, 현재의 수능 영어시험과 달리 새 유형의 시험은 온라인 시험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대규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시험제도를 무리 없이 운영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시험 기반시설 및 운영체계를 치밀하고 완벽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한 해에 20여 차례 실시될 예정인 시험문제 출제를 위해 평가문항 개발 전문가를 많이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평가 전문가뿐 아니라 우수한 현직 영어교사들도 문항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들을 대상으로 문항 개발 연수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말하기와 쓰기 시험의 채점을 위한 다수의 채점요원 확보를 위해서도 영어평가 전문가뿐 아니라 영어교사들도 전문 채점요원으로 양성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학교 영어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새로운 영어시험제도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영어교사들이 그동안 읽기, 듣기에 비해 비교적 소홀히 가르쳐 왔던 말하기와 쓰기를 적극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영어사용능력 및 영어수업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특히 영어교육방송인 EBS English 채널이 방송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서 전국의 수많은 영어교사에게 양질의 영어수업 지원 프로그램들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말하기-쓰기 수업능력 향상시켜야

마지막으로, 새로운 영어시험 제도의 수요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 시험 도입에 불안을 느끼지 않고 학교 수업만으로도 새로운 영어시험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새 영어시험은 성적 등급이 현재 수능의 9단계와 달리 3단계 정도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돼 지금처럼 학생들이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영어 사교육에 매달리는 현상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 도입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우리나라 학교 영어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우리의 소중한 자녀들이 글로벌 시대의 핵심 언어인 영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기를 기원한다. 우수한 영어 사용능력은 개인적, 국가적 자원이다.

박준언 숭실대 교육대학원장 영어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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