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박 브로커에 매수돼 팬을 배신한 축구선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프로축구에서 소문으로 끈질기게 떠돌던 승부 조작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축구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러시앤캐시컵 2011’ 리그에서 승부를 조작해 스포츠 복권에서 부당이득을 노린 브로커들과 프로축구 선수들이 검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브로커 김모 씨는 최근 경기에 출전 중인 선수 2명에게 2억여 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축구 도박사들이 한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승부 조작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1995년 5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애틀랜타올림픽 축구 아시아지역 C조 예선에 출전한 당시 올림픽대표팀의 골키퍼 서동명과 이운재에게 접근해 승부 조작을 조건으로 거액을 주겠다고 제의한 적도 있다. 당시 선수들이 이 사실을 바로 대한축구협회(KFA)에 알려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이번 사건도 중국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불법도박 조직이 중국 내에 K리그 경기를 대상으로 불법 도박장을 차려놓은 뒤 수십억 원의 판돈을 모아놓고 프로축구 선수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고 한다. 선수들이 브로커의 주문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조직폭력배의 협박이 뒤따른다. 한 선수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해 폭력배들로부터 위협을 받았고 이런 사실이 구단에 알려져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말이 나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함께 ‘승부 조작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인터폴은 매년 세계에서 열리는 축구경기 중 300여 건이 승부 조작 의혹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계도 이 오명(汚名)의 대열에 끼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승부 조작이 드러나면 인기 종목도 팬들의 외면으로 몰락의 길을 걷는다. 가뜩이나 관객이 많지 않은 국내 프로축구 경기에 대형 추문이 터져 관중석이 텅텅 빈다면 큰일이다.

축구공은 둥글다. 유명한 축구팀도 선수의 기량과 컨디션, 감독의 작전 같은 변수가 맞물려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그 역동성에 축구팬은 열광한다. 도박 브로커에 매수된 일부 축구선수의 승부 조작은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기대한 축구팬들에 대한 배신 행위다. 환부를 철저히 도려내야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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