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정은]5·24 남북교류 중단 1년… 달랑 1쪽짜리 자료 낸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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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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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정치부
이정은 정치부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한 5·24 대북제재조치 1년을 맞은 24일 통일부는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남북 교역·경협업체 제3차 실태조사 결과’라는 제목이 붙은 A4용지 1쪽짜리 자료였다.

수치 몇 개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담겨 있지 않았다. 5·24조치 이후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을 받은 업체가 설문조사에 응한 99개사 중 46.4%라는 것과 상당수가 이 돈을 협력업체 대금결제로 썼다는 것, 95%는 대출금 상환유예를 희망한다는 정도의 내용이었다. ‘5·24조치로 인한 교역업체의 피해 규모는 얼마냐’는 질문에 통일부 당국자는 “파악하기 힘들다”고 답할 뿐이었다. 일주일간 500개 기업에 전화를 돌려 만들었다는 자료는 그게 전부였다.

통일부는 지난주 5·24조치 1년과 관련된 개성공단 현황 자료를 내놨을 때도 A4용지 3쪽을 간신히 넘는 분량에 생산액과 근로자 수 등 일부 숫자만 나열했다. 생산현장에서 나타난 지난 1년간의 변화 등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료 끝부분에 ‘북한 근로자들이 예년보다 작업에 적극적으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내용이 달랑 한 줄 붙어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이것도 자료를 사전에 검토한 고위 당국자가 “성의 없게 이게 뭐냐”고 질책해 뒤늦게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5·24조치 이후 남북교류가 끊기면서 통일부는 무기력하게 손을 놓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는 과거 연구용역을 재탕하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대북 정보수집 능력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다. 언론이 북한에 관한 정보의 확인을 요청할 때마다 통일부는 “정보기관에 물어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북한 후계자 김정은의 방중 여부를 놓고 무려 9시간 동안 언론의 오보사태가 빚어졌을 때도 신중함을 앞세워 사실상 이를 방관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통일부의 무기력증이 일종의 무감각증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신호들은 우려스럽다. 올해 통일부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2000억 원을 넘어섰다. 통일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이 마침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정원도 7명 늘어났다. 통일부는 늘어난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좀 더 고민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가 극적으로 찾아왔을 때 식물조직처럼 돼 있지 않으려면.

이정은 정치부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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