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작년 5월, 8월, 그리고 또 중국 간 김정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부터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작년 5월과 8월에 이어 불과 1년 사이 3번째 중국 방문이다. 그동안 후계자로 지목된 아들 김정은의 방중설이 퍼졌던 터여서 김 위원장의 방중(訪中)은 뜻밖이다. 일부 한국 언론은 어제 오전부터 저녁 무렵까지 김정은이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는 오보(誤報)를 쏟아냈다. 정부는 어제 오전 9시 반 북한의 특별열차가 국경을 통과하고 9시간이 지나서야 방중한 주인공이 김정일이라고 확인했다. 정부의 정보수집 능력이 한심하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열차 편으로 국경을 통과한 뒤 잠행(潛行)을 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경협 논의를 위한 방문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북한은 최근 북한 나선시와 압록강 하구 황금평 개발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선시 개발은 김 위원장이 작년 8월 방중 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합의한 프로젝트다. 중국은 창춘(長春) 지린(吉林) 투먼(圖們)을 2020년까지 경제벨트로 잇는 ‘창·지·투 개발계획’을 동해 쪽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북한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우리 정부는 5·24조치를 통해 대북(對北) 제재를 발동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제교류가 중단되면서 북한은 매년 3억 달러의 수입이 끊겼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시인하기 전에는 제재를 풀지 않을 방침이다. 북한이 내년에 강성대국에 진입한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국제사회를 향해 쌀을 달라고 애걸하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고달프다는 증거다.

북한이 세계와 고립된 채로 대국 중국에 붙어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기대는 하루아침에 허망하게 깨질 수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민주화에 대한 갈증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에서 재스민혁명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에서 북한의 권력 세습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달 10일 김 위원장을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초청 제안을 거부하며 계속 남한의 제재를 감수하자니 고민이 클 것이다. 북한이 도발을 시인하고 남북대화에 나오는 게 현명한 위기 탈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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