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허남순]국내입양이 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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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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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순 한림대 부총장 사회복지학과 교수
허남순 한림대 부총장 사회복지학과 교수
11일은 6번째로 맞은 입양의 날이었다. 부모가 필요한 많은 아동에게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고, 자녀가 없어 고민하는 가정에 웃음을 찾아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만든 소중한 날이다. 매년 입양의 날에는 입양 가족 사진전, 입양 아동들의 노래와 춤, 입양 부모들의 행복한 체험담 들려주기 등의 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려 행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이 감동을 느낀다. 아직까지도 입양 사실을 비밀로 하고 싶어 하는 한국사회에서 입양가족이 중심이 된 입양의 날 행사는 한국사회의 입양문화를 바꾸어 보려는 애틋한 의미도 있다.

입양의 날이 제정됐을 때 많은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아동이 국내에 입양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국내 입양아 수는 2010년 1462명으로 6년 전(1461명)과 별 차이가 없다. 해외입양만 2005년 2101명에서 2011년 1013명으로 감소했다. 해외입양 감소는 입양을 보내야 할 아동의 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해외입양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내입양도 안 되고 해외입양도 가지 못하는 아동들은 보호시설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 아동들은 대부분 12개월 미만의 아기들이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렇게 건강하고 귀여운 아기들이 보호시설에서 자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아동들이 성장하면서 생기는 많은 문제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입양정책을 실시해왔다. 입양 가정이 지불하던 입양수속비를 정부가 대신 내주고, 아동이 만 13세가 될 때까지 매월 10만 원씩 양육비를 지급하고, 저소득층과 동일한 수준에서 입양아동에 대한 의료비를 면제해주고, 고교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장애아동의 경우 한 달에 양육보조금 62만 원과 연간 260만 원 정도의 의료비를 지원한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내가 부모가 돼 아이를 평생 책임지겠다고 생각하는 용감한 부모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문제다. 지금의 지원제도는 입양 후에는 모든 책임을 입양 가정에 떠넘기는 형태여서 장애아동은 물론이고 일반아동의 입양도 활성화하기가 어렵다. 특히 5세가 넘은 연장아동의 입양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동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보다 적극적인 입양지원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경제적인 문제가 입양을 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입양 부모에게 지급하는 양육비를 현실화하고 13세까지만 지급하는 양육비를 만 18세가 될 때까지 지급할 필요가 있다. 한 아동을 시설에서 보호하려면 현재 기준으로 최소한 한 달에 1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시설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금액의 30%만이라도 입양가정에 양육비로 지급하면 경제적인 문제로 입양을 주저하는 부모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입양휴가 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 공무원뿐 아니라 다른 직업의 입양부모도 입양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집 등의 보육료를 면제해주며, 장애아동의 장애를 교정해 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의료비나 재활에 필요한 경비는 모두 정부가 지원하고 입양부모가 쉴 수 있도록 한 달에 며칠은 아동 돌보미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입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교육적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입양의 필요성을 정규학교 교육과정에 편성해왔으며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 인식을 바꾸기 위한 꾸준한 노력과 실질적인 지원만이 더 많은 아동이 입양될 수 있는 방법이다.

허남순 한림대 부총장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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