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식]금융감독도 경쟁체제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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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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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는 저축은행 사태로 드러난 금융감독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무총리실에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부실 감독의 원인이 금융감독원의 독점적 감독체제에 있다고 봐 감독기능을 분산하고 금융회사와의 유착을 막을 수 있는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의 독점적인 금융감독원 체제는 금융회사와의 유착을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주었고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한 사회 구현에 흠집을 냈다.

美 · 英 · EU 다중 감독체제로 전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는 금융감독을 하나의 통합된 감독기관에만 맡겨 놓을 경우 부실 감독으로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 금융감독체제를 개혁하고 있다.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정부기구를 만드는 동시에 단일 감독체제에서 복수 감독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 밖에 거시적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는 개혁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재무부 내에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서비스감시위원회(FSOC)를 만들었으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으로 하여금 대형 금융기관인 금융지주회사와 투자은행을 감독하게 해 은행감독청, 예금보험공사와 더불어 3개 이상의 기관이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구조로 개편했다. 여기에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청(CFPB)을 신설해 경쟁적 감독체제를 구축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도 이와 유사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금융감독을 총괄하도록 금융위원회의 기능을 개선하고 금융감독원의 독점적 감독기능을 분산시켜 복수 감독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의 감독기능을 분산하려면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의 감독기능을 재정비해야 한다. 먼저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과의 공동검사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한국은행에 금융회사에 대한 제한적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의 감독기능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는 금융감독원과 공동검사를 할 수 있고 적기 시정조치가 내려진 회사에 한해 단독검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제한적인 감독기능만으로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어렵다. 미국이나 일본같이 부실 징후가 보이는 금융회사에 대해 단독검사와 조사권을 허용해 부실 예방기능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는 감독체제로의 개선도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내에 소비자서비스국이 있지만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감독당국은 금융공급자인 금융회사와 유착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등한시하고 있다.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포함해 금융소비자 중심의 감독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금융사와 유착 막을 규제는 강화를

부실 감독을 방지하려면 금융감독 기능을 분산하는 개혁 외에 금융회사와의 유착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혁 또한 필요하다. 외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금융감독 윤리를 확립하고 금융감독기관을 퇴직한 후 일정 기간 유관 금융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감독기관에서 퇴직한 후 유관 금융회사에 취업해 높은 연봉을 받는 경우 감독기관이 피감독기관인 금융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이른바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이 이뤄져 부실 감독이 만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키려면 금융감독 당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이번 금융감독체제 개혁을 성공시켜 금융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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