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막중]오송, 세종시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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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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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막중 서울대 교수 도시계획학
최막중 서울대 교수 도시계획학
이명박 정부의 제2기 지역발전위원회가 15일 출범했다. 현 정부 들어 첨단의료복합단지, 세종시 수정안, 동남권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등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들이 줄줄이 좁은 국토를 사분오열(四分五裂)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지역발전위원회가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안마다 여론 사분오열 혼란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정작 지역발전위원회가 하려고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은 자의든 타의든 매우 한정적이다. 재작년 충북 오송과 대구·경북으로 양분화 논란을 야기했던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입지 결정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작년까지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세종시 수정안은 국무총리실(정확히는 국무총리 후보자) 주도로 제기돼 추진되었다. 또한 아직도 그 후유증이 가라앉지 않은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국토해양부가 주무 부처였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앞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이 돼 그 위치를 선정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LH 본사 이전 문제만 참여정부 때부터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업무를 담당해온 지역발전위원회(옛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몫으로 남는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국제공항과 대규모 국책산업시설들의 입지를 어디로 하느냐의 문제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역 간 상생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통합적으로 조정하여 국가 전략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그동안 개별 부처의 업역(業域) 차원에서 각개약진으로 접근되어 왔을 뿐 국토·지역정책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없어 그 누구도 앞장서 문제 해결에 총대를 메거나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슈가 터질 때마다 약방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이 무명(無名)의 ‘청와대 핵심 관계자’였고, 이는 일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지난달 28일 한 조간신문에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전문가로 구성된 입지평가단이 28, 29일 현지실사를 하고 30일 평가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런데 바로 옆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신공항의 백지화 가능성을 다룬 기사가 더 큰 지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결국 전문가들은 들러리를 선 것에 불과하다는 의심의 눈초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 정부 스스로 정책 결정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무너뜨린 셈이다. 한마디로 국토·지역문제 해결에 ‘책임성’도, ‘전문성’도 실종된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당장 내년 4월이 되면 국무총리실을 비롯하여 9부 2처 2청의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기 위해 짐을 싸야 한다. 또한 102개 공공기관 등도 세종시를 포함하여 전국에 건설되고 있는 10개 혁신도시로 옮겨야 한다. 이미 첨단의료복합단지인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보건의료행정타운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비롯하여 6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다.

국토·지역정책 컨트롤타워 필요

그런데 이전 기관의 직원들이 새로 조성된 신시가지의 주택, 보육·교육시설, 상업·편의시설, 교통 문제와 수도권 통근 및 서울 출장 등에 따른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민원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단지 복지부 산하의 실무 부서 차원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남겨둘 수는 없다. 앞으로 더 많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유사한 문제를 경험할 텐데, 누군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총괄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은 국토 균형발전의 한 가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수단을 만들기 위한 업무 분장을 넘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책임감과 전문성을 갖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최막중 서울대 교수 도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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