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명수정]녹색생활 실천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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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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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부연구위원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부연구위원
독일 환경단체인 ‘저먼워치(Germanwatch)’의 기후변화성과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년도 세계 41위에서 올해 34위로 올랐다. 그러나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선제적으로 발표하는 등 정책부문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실제 배출부문에서는 저조하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의무감축국 가입에 대한 압력은 점점 높아지는데 어떻게 해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까? 산업계의 기술 개발이 실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마음만 먹는다면 바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녹색생활을 확산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녹색생활에 대한 인식과 실천현황 조사’에 따르면 4명 중 3명은 녹색생활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녹색생활의 실천도를 묻기 시작하면 좀 달라진다. 사람들이 녹색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 생활에서 실천은 부족하다.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실천하는 방법을 몰라서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귀찮고 불편해서, 내게 직접 돌아오는 이익이 없으므로 등도 다수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녹색생활의 중요성을 홍보했건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녹색생활 실천을 어떻게 하는지와 녹색생활 실천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유엔 환경계획은 뮌헨에 거주하는,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과 녹색생활을 인지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궁극적으로는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전자는 하루에 38kg의 이산화탄소(CO₂)를, 후자는 14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보고했다. 이 차이를 안다면 사람들은 좀 더 달라지지 않을까? 예를 들면, 출근할 때 자가운전보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빨래는 건조기보다 자연 건조하는 것이다.

녹색생활 실천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고 당장의 귀찮음으로 외면해선 안 된다는 것도 알려주어야 한다. 알려줄 때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전달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녹색생활 실천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령이나 성별과 같은 집단의 특성에 따라 다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녹색생활 교육과 캠페인은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 녹색생활은 대체로 젊은 사람보다는 연세 드신 분들이,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잘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도 녹색생활 캠페인은 주로 40, 50대 이상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시선을 좀 돌려보자. 미래의 경제와 소비 주역은 결국 지금의 어린아이들이다. 그런데 나이가 어릴수록 녹색생활을 덜 실천하고 있다니 아이들을 대상으로 녹색생활 조기교육을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닐까?

국민에게만 녹색생활 실천을 강조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뿐더러 설득력도 떨어진다. 녹색생활 실천은 정부와 산업계, 민간단체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 또 녹색생활이 너무 불편해서는 안 된다. 기술적으로, 제도적으로 녹색생활이 좀 더 쉽게 실천되게 하자. 기술이 생활로 들어온다면 녹색생활은 더 쉽게 일상화될 수 있다. 운전면허시험이나 갱신 때 에코드라이빙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탄소포인트제와 같은 녹색생활 인센티브제도를 전기, 수도처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항목뿐 아니라 저탄소제품의 구매로 확대하는 것은 어떨까? 이것은 산업계의 녹색기술 개발에 더 큰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녹색생활의 사각지대라고 불리는 상업시설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녹색생활을 실천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물론 불편은 어느 정도 따른다. 그러나 이는 지구와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불편이며, 이제 이런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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