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사상 최악의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농협법 개정으로 새 출발을 앞둔 농협에서 국내 금융권 사상 최악의 금융전산 장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오늘로 나흘째입니다. 그러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이용한 현금인출 같은 일부 서비스가 아직도 정상이 아닙니다.

이번 사고로 중앙회만 1900만 명, 단위농협까지 합하면 3000만 명의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농협은 오늘 중으로 가급적 복구를 완료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고객들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고객이 몰리면 전산망에 다시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지 나흘이 지나도록 농협은 사고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2일 오후 농협중앙회 본점의 전산 시스템에 서버의 파일을 없애라는 삭제명령이 들어와 상당수 데이터가 지워졌습니다. 농협 전산망 관리를 맡은 한국IBM 직원의 노트북 컴퓨터에서 삭제 명령이 내려진 사실은 확인됐습니다. 협력업체 직원 한 명의 삭제 명령으로 금융거래가 정지될 정도로 농협의 전산망 보안체계가 허술했다는 것입니다.

누구의 소행인지부터 밝히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검찰은 내부자나 해커의 고의적 범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순한 전산 장애가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농협의 초기 대응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나도 사고가 난 뒤 바로 보고받지 못하고 다른 쪽을 통해 내용을 알고 '무슨 일이냐'고 따졌다"고 말했습니다. 담당 부서에서 회장에게 즉시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 위기관리 능력은 한심한 수준입니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범인을 신속히 찾아내 처벌하고 아울러 농협의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입니다.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 해킹, 농협 전산망 마비 같은 금융 전산망 보안사고나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번 농협 사고는 작은 실수 하나로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다른 기관에서도 전산망 보안에 각별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