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수영]벌을 주는 학교에서 상을 주는 학교로 바뀌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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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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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뇌과학연구센터 소장
이수영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뇌과학연구센터 소장
상과 벌은 모두 동기 부여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지만, 완전히 다른 교육철학에 기반한다. 상이 잘하는 일을 더욱 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반해, 벌은 잘하지 못하는 일을 보통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체벌이 중요한 쟁점이 되어 왔듯이 한국 교육은 상보다는 벌을 주로 활용해 왔다. 벌은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사회적 공감대를 유지하고, 생산 현장에서는 품질 제어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거대한 인력 자원을 가진 중국과 인도에 추격당하는 한국은 TV와 반도체, 자동차 등 기존의 제품을 남들보다 싸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요구된다. 미래를 개척하는 선도형 산업에서는 맥컴퓨터, 아이폰, 아이패드 등 혁신적 신제품을 주도한 스티브 잡스와 같은 탁월한 한 사람이 100명의 우수인력이나 1만 명의 보통 인력보다 더욱 필요하다. 모든 일을 다 잘하기보다 하나라도 잘하는 일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긍정적 강화’, 즉 상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상과 벌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대부분이 등록금을 내는 학교에서 절반을 면제해 주는 것은 상이지만, 대부분이 전액 면제받는 학교에서는 벌이다. 또한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받거나 매일 받는다면 상이 아니다.

뇌과학에서는 벌이 반드시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알려져 있다. 상을 받거나 칭찬을 들으면 보상중추에 도파민이 늘지만, 벌을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단시간의 감내할 수 있는 벌은 신경계를 자극하여 면역력을 증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장시간 지속되면 혈압이 오르고 위장이 나빠지며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이 생기며 면역계가 약화되는 것이 과학적 진실이다. 생명체는 적응을 잘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더 이상 주위와 반응하지 않고 고립되게 된다.

교육학에서도 벌의 단점이 널리 알려져 있다. 처벌이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므로 교육 목표와 반대 방향의 돌파구를 찾기도 한다. 학점에 따라 벌을 주면 쉬운 과목만을 택하고, 재학 연한으로 처벌하면 창의적 연구를 기피한다. 또한 처벌하는 사람이나 장소를 싫어하여 도피나 공격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환경의 변화로 처음 벌을 받는 경우, 대부분이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대처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은 공감하는 특성이 있다. 동료가 벌을 받는 것을 보면 스스로 벌을 받는 것과 유사한 두뇌 활동이 일어난다. 가수 7명 중 1명을 탈락시키는 연예 프로그램에서, 탈락자를 보고 오열하는 동료 가수의 모습이 이를 실증한다. 날개를 펼쳐보지도 못하고 꽃다운 나이에 사라져간 학생의 소식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한참을 울었다는 동료 교수도 있다. 반면에 상을 주면 받는 사람, 보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가 즐거워지며 능률이 올라 전체가 더욱 잘하게 된다. 즉, 잘하지 못하는 일을 잘하게 하는 데도 상이 벌보다 효과적이다.

원숭이도 차별하면 삐치고, 코끼리도 칭찬하면 춤춘다. 이는 다시 사회 전반으로 전파된다. 각고의 노력으로 현재의 위치에 오른 학생들을 벌로 위축시키는 것은 본인에게 나쁠 뿐 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도 손실이다. 이제 벌주는 학교에서 상을 주는 학교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이수영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뇌과학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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