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성하]시카고, 싱가포르 그리고 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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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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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온 세상을 누비다 보니 가끔은 내게만 보이는 것도 있다. 시카고와 싱가포르, 두 도시의 공통점이 그렇다. 둘은 모두 다민족도시다. 시카고를 보자. 미국 내 멕시코인이, 해외 거주 그리스인이 가장 많다. 이런 민족공동체가 77개다. 그래서 도시 모토도 ‘네이버후드(시민화합)’다. 싱가포르도 같다. 말레이인과 화교에 인도와 인도네시아, 서양인이 혼재한다. 독립(1959년) 후 내전 한 차례 없는 ‘화합’이 놀랍다.

물류 중심 금융도시도 공통점이다. 시카고는 미시간 호반(오대호 중 하나)이다. 오대호는 세인트로렌스 강으로 대서양과 연결된다. 멕시코 만으로 흘러드는 미시시피 강과도 운하로 연결됐다. 내륙도시지만 대양과 통한다. 이 수로(水路)가 물류 중심의 기반이다. 랜드마크인 시어스타워를 보자. 한때 세계 최고층이었는데 주인이 누군가. 시어스(백화점)다. 물류 중심 도시답다. 싱가포르도 같다. 19세기 초 영국이 싱가포르에 진출한 것은 유럽과 아시아의 중개무역항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물류엔 금융업이 수반된다. 국제선물시장의 시카고, 아시아금융허브 싱가포르의 배경이다.

금융가는 좋은 건축주다. 금융도시가 최신 건축물로 넘치는 이유다. 두 도시도 같다. 스카이스크레이퍼(고층빌딩) 전시장 같다. 공통점은 거기에도 있다. ‘약한 지반’(호반의 시카고, 개펄의 싱가포르)이다. 120여 년 전 시카고. 무른 땅에 고층빌딩을 짓자니 새 공법이 필요했다. 최초의 ‘철골조’건물(홈인슈어런스빌딩·1885년)은 그렇게 태어났다. 훗날 싱가포르의 고민은 쉽게 해결됐다. 시카고의 건축기술이 솔루션이었음은 불문가지. 싱가포르 금융가의 외양이 시카고를 빼닮은 것은 당연하다.

또 하나는 항공이다. 시카고의 오헤어국제공항, 싱가포르의 창이국제공항을 보자. 각각 미 대륙과 아시아의 항공 허브다. 물류와 금융 분야에 뒤지지 않는 국제 비즈니스의 기반이자 환경이다. 매코믹센터(시카고의 컨벤션센터)와 마리나베이 샌즈(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를 기반으로 한 컨벤션 중심도 공통점이다.

두 도시는 대(代)를 이은 지도자까지도 닮았다. 시카고는 데일리 시장 부자가 각각 6연임하며 도합 43년 9개월(5월 현 데일리 시장 임기 만료 기준)을 이끌었다. 싱가포르는 31년 재임의 리콴유 전 총리에 이어 아들 리셴룽이 7년째이며 통틀어 38년째다. 두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나는 싱가포르가 시카고를 사사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이 두 도시뿐일까. 두바이는 라스베이거스로부터 사막 개발을, 라스베이거스는 시카고로부터 건축과 컨벤션, 항공허브 전략을 배웠다. 마카오는 카지노와 컨벤션의 ‘찰떡궁합’을 실증한 라스베이거스를 재현했다.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카지노 독점면허발급을 담보로 유치한 대규모 해외투자자본으로 조성된 쇼핑몰 컨벤션홀 호텔 테마파크의 복합관광단지)’는 마카오식 카지노 개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런 개발전략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많다. 저조한 외국인 투자로 재조정 국면을 맞은 경제자유구역, 마땅한 개발전략을 찾지 못한 새만금사업 등에는 특히. 이제 세상 밖으로 눈을 돌려 참작할 만한 좋은 선례를 발굴해 우리 식으로 적용하는 혜안을 밝힐 때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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