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정민]KBS 개혁은 ‘야당시절 카드’였다는 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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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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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정치부
동정민 정치부
한나라당은 2004년 11월 17일 의원총회에서 ‘국가기간방송법’을 비롯한 3개 언론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일이 있다. 열린우리당이 신문사를 상대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언론관계법안을 밀어붙이려 하자 이에 반대하며 맞대응으로 소속 의원 120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한 것이었다.

국가기간방송법은 정연주 KBS 사장 취임 이후 KBS가 편향적이라는 논란이 일자 정권으로부터 KBS의 독립성을 강화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KBS 사장 임명권을 독립조직인 경영위원회가 행사하도록 하고, KBS 예산은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KBS 광고수입은 전체 수입의 20% 이내로 줄여 공영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2007년 5월 28일 의총에서도 당론으로 재확인됐지만 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2008년 정권교체를 이룬 한나라당은 미디어특위를 구성해 ‘공영방송법’이라는 이름으로 이 법안을 재추진했다. 경영위원회의 위원 수 정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비슷했다. 당시 특위 관계자는 “KBS 사장 임명 때마다 낙하산 논란으로 사회적 갈등을 겪는 일을 없애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한나라당 안에서는 이 법안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기자가 3일 2008년 미디어특위에 참여했던 의원들에게 법안 논의가 흐지부지된 이유를 물어봤다.

“그 법은 우리가 야당일 때 정연주 사장 때문에 낸 거지. 이제 여당인데….”

“그건 당시 여당과 싸우기 위한 ‘전투용’이지, 법안 자체엔 문제가 많아요.”

여당이 된 이상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국회에는 수신료를 1000원 올리는 안이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상임위에 넘어와 있다. 그러나 KBS는 7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KBS 사장은 여전히 대통령이 임명하고 광고의존도를 줄여 공영성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없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자구노력도, KBS 2TV 광고축소도 없이 수신료 인상만을 요구하는 KBS의 공영성 강화엔 손도 못 댄 채 방송사와 야당의 눈치를 보며 이해득실만 저울질하고 있다.

배고픈 야당일 때는 공영성 강화를 외치다 배부른 여당이 되자 다시 KBS의 눈치를 보며 ‘웰빙 모드’에 접어든 한나라당을 어떻게 봐야 하나. 다시 배고파 봐야 진정한 공영방송의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까.

동정민 정치부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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