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인평]달라진 세상 모르는 예술계··· 도제식 교육 이젠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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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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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평 중앙대 명예교수
전인평 중앙대 명예교수
서울대 김인혜 교수에 대한 기사가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더니, 서울대는 파면이라는 최고의 중징계를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제자에 대한 폭행이지만 교수에 대한 생일 선물, 비싼 레슨비, 공연 티켓의 강매, 제자를 동원한 시어머니 팔순잔치 등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음대 교수들이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동양의 예능 교육은 도제식으로 전개되어 제자는 입문한 날부터 스승과는 부자 관계와 같은 끈끈한 관계가 된다. 그래서 학업 이외에도 스승의 개인적인 일도 해야 했고, 동문의 다른 제자와는 형제와 같은 관계로 맺어져 선배에게는 거기에 상응하는 복종의 의무가 있었다. 도제식 교육을 받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생들이 간절히 배우기를 원해도 조금만 가르치고 다른 학생을 가르치는 자리에는 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어떤 나이 많은 분은 선생이 다른 제자를 가르치는 것을 듣고 배워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으면 중요한 장면에서 꼭 심부름을 시키더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이처럼 예능 교육에서는 스승과 선배에 대한 충성이 중요했다. 왜냐하면 학업을 마친 후 사회 진출은 스승과 선배의 역할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도제식 교육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음악학교의 시작은 원래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보육원 교육에서 시작되었다. 성당에서 음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의 음악 교육기관에서는 이런 도제식의 끈이 없어진 지 오래다. 이제는 모든 것이 공개돼 있어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졸업 후의 진출 등에 개인적인 끈이 연결되지 못하게 많은 장치가 있다.

학교에서 교수는 학생을 철저하게 가르칠 의무가 있고 학생은 배울 권리가 있다. 외국에서는 개인적으로 교수에게 과분한 선물을 했다가는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학생이 선생과 친하다고 생각해 좋은 점수를 기대했는데 낙제점을 받아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개인적인 친분과 공적인 관계는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학부모들이 도에 넘치는 선물을 해서 분위기를 흐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아직도 옛날의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이 예술교육계라는 생각이 든다. 김인혜 교수는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폭력이라고 하지만 학생의 팔이 부러져 병원에 입원한 것도 아니고 좀 심하게 야단을 친 것뿐이다. 선물은 나만 받았나, 음대 교수 중에 선물 안 받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나? 제자에게 표를 팔았다고 하지만 제자가 스승의 연주회에 표를 팔아주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니다. 이 정도의 일로 파면이라니 억울하다.” 이렇게 항변한다면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지 못한 것이다.

학생이 등록금을 냈다면 더는 별도의 교습비나 선물을 하지 않고도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교수도 자신의 실력으로 청중을 모아야지 학생을 동원해서 표를 파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예술성이 높고 실험적인 연주회여서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연주회라고 한다면 비용이 안 드는 작은 대학의 리사이틀홀을 이용하면 된다. 거창한 3000석의 대공연장에서 공연을 해야 자신의 위신이 선다고 생각한다면 빨리 이런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제 예술계 대학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제자를 동원해 허세를 부리는 호화 연주회, 제자에게 부담을 주는 선물 관행, 일제강점기를 연상하게 하는 도제식 교육관, 이 모두를 청산해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전인평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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