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만종]집시법 개정, 더는 방치해선 안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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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한국테러학회 회장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한국테러학회 회장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2009년 9월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지만 2010년 6월 개정시한을 넘겼다. 법 조항의 효력이 상실돼 언제 어디서 옥외집회를 해도 집시법으로 제재할 수 없는 입법 공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법에 대한 개정안을 놓고도 시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인권 시민단체들은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에 대해 위헌적 법안이라며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항으로 민주주의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가치의 다원성에 있기 때문에 여론 형성과 소수자의 정치적 입지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적 집회의 경우 다른 자유에 비해 우월하다고 볼 수 있으며 집회의 규제 필요성이 있을 때도 규제 최소화의 원칙과 예외적 규제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집회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결정하기 쉽지 않다. 다만 야간 옥외집회에 대해 치안이나 공공의 안녕질서, 일반인들의 평온을 위한 특정한 사유로 인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이를 금지하는 방법을 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감안하여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개정시한을 넘긴 데 따른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옥외집회를 규정한 관련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야간집회나 시위에서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국회가 책임을 더 방기하진 말아야 한다.

둘째, 법 해석 분쟁을 사전에 해소해야 한다. 헌재의 야간 옥외집회에 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은 집회의 자유 원칙적 보장이라는 헌법정신이 제자리를 찾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야간시위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개념과 허용 범위를 법률에 명기해야 한다.

셋째, 과도한 규제보다 최소 침해의 범위에서 검토해야 한다. 헌법 불합치 결정의 중요한 이유는 야간집회 제한을 너무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바람에 사실상 집회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개정안과 민주당 및 시민단체의 의견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어 광범위한 집회 수단의 규제보다는 이를 완화한 절충 방안을 논의하는 편이 낫다.

넷째, 시의에 맞는 입법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의 일부 주나 도시,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에서도 야간집회를 제한하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 금지 규정이 없는 것은 심야 시간대의 집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전체주의 국가와 자유 민주국가를 구별하는 결정적 요소다.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는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원활히 시행될 때 의미가 있다. 따라서 현행 집시법 개정의 방향은 당연히 헌재의 결정을 준수하는 가운데 위헌성을 해소하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해야 타당하다.

즉 야간 옥외집회를 허용해 국민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측면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공질서와 안녕에 대한 위해성을 최소화하는 측면을 조화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 역시 충분한 논의와 검토 이후 개선 입법을 처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입법 공백 상태가 더 장기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한국테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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