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일제강점기 반출도서 반환에 어깃장 놓는 日 우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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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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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 도쿄특파원
윤종구 도쿄특파원
일제강점기에 약탈해간 도서를 한국에 반환키로 약속한 일본 정부가 뜬금없이 한국에 있는 일본 고서(古書)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빼앗아간 문화재를 돌려주는 대신 그 기간에 한국으로 건너간 일본 문화재도 돌려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일본 정부가 조사에 착수한 것은 일본이 약탈해간 도서를 반환하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한 한일도서협정의 일본 국회 심의와 관련 있다. 자민당과 우익세력은 도서협정을 국회에서 심의하는 전제조건으로 한국에 있는 일본 고서의 실태조사를 요구했고 외무성이 이를 받아들였다. 자민당 등 우익은 “한국에도 식민통치시대에 건너간 일본 도서가 많은데 왜 우리만 일방적으로 돌려줘야 하느냐.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궤변이자 역사에 대한 몰지각이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지난해 양국 정부가 합의한 도서반환의 핵심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일본으로 강제 반출됐고 지금도 일본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한국 도서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일본 근현대사의 대가 마쓰오 다카요시(松尾尊兌) 교토대 명예교수도 지난해 12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식민지 지배 권력을 이용해 갖고 온 것은 모두 돌려줘야 한다”며 “정치인 중에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실 도서협정은 100% 이행된다 해도 한국으로선 아쉬움이 많은 내용이다. 한국 문화재청이 확인한 결과 지난해 1월 현재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6만1409점이다. 이 가운데 일본이 한국에 돌려주기로 약속한 것은 도서 1205점에 불과하다. 당시 민간인이 일본으로 반출한 문화재, 조선총독부 등이 약탈한 것으로 의심은 되지만 이를 증명하기 어려운 문화재는 모두 반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선왕실 경연과 제실도서 등도 일본 궁내청이 소유하고 있지만, 양국 전문가 확인 결과 ‘일제시대에 강제로’ 약탈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반환 목록에서 빠졌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이 일본 도서를 ‘강제로 약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은 역사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동등한 맞교환’을 요구하는 일본 우익의 주장은 한마디로 약탈 문화재를 돌려주기 싫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시시비비를 말하지 못하고 우익에 끌려가는 모습도 유감이다. 일본이 자국민에게 과거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윤종구 도쿄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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