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석훈]신한, 한국금융의 희망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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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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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과거 은행에는 은행장 바로 아래에 전무라는 직함이 있었다. 규정상 전무는 은행장의 경영을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암암리에 은행장의 뒷조사를 벌여 비리를 찾는 일에 전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바로 위 상사인 은행장이 물러나면 자신이 다음 은행장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전투구 내분사태 재발 안되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스갯소리로 한국의 일부 은행장들이 하루 종일 문고리를 잡는 경우라고는 화장실에 갈 때밖에 없다는 말도 있었다. 다른 문, 예를 들면 사무실 문, 엘리베이터 문, 자동차 문은 모두 다른 사람이 열어주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은행장의 권한은 막강했고 한번 되기만 하면 영원히 물러나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

지금 대부분의 은행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됐고 은행장 대신 금융지주회사 회장이란 자리가 생겼다. 금융지주 회장은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사까지 거느린 거대한 금융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한다. 최근 수개월간 지속되었던 신한금융지주 회장 관련 사태는 금융지주 회장이란 자리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욕심나는 자리인가를 증명해 주는 듯하다.

그러나 국민의 관점에서 신한금융 사태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신한금융의 최고경영자들에게서 미래의 비전과 희망의 향기가 아니라 편법과 탈법의 악취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당리당략만을 좇는 정치인보다 더한 파벌싸움이 정직과 신용이 생명처럼 중요한 금융지주회사에서 벌어졌다. 고소, 고발이 줄을 이었고 결국 이전투구의 주연들이 무대 위에서는 사라졌다.

새로운 회장이 선임됐고 신한금융지주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회장의 선임 과정에서도 과거의 주연이 무대 뒤에서 엄연히 존재했다는 보도가 수없이 나오고 있다. ‘이전투구 시즌2’인 셈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새 회장이 선임되었지만 어정쩡한 봉합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이유는 ‘이전투구 시즌3’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전의 용사들은 건재한 듯하고, 그림자 주인으로라도 재기하기 위해 또 다른 전투를 준비하는 듯하다. 이번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금융에서 희망을 찾는 경우, 많은 전문가들이 신한을 선택하곤 했다. 이번 사태는 신한을 한국금융의 희망이 아니라 ‘신한 너마저도’로 추락시키고 말았다.

신한금융지주는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첫 단계로 새 경영진은 신한의 주주와 고객, 특히 회사를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통렬히 사죄해야 한다.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신한의 지배구조와 비전도 재정립해야 한다. 이번 회장 선임은 특별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이는 한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신한 웨이’에 걸맞은 기업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발전시킬 최고경영자를 뽑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신한의 새 경영진은 신한이 다시 한국 금융의 희망이 되고, 나아가 아시아의 신한, 글로벌 신한을 향하도록 새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제2창업 각오로 고객신뢰 회복해야

최고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사적 연분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이사회라면 존재가치가 없고, 신한의 미래도 없다. 1인 중심의 폐쇄적인 지배구조가 아니라 투명하고 신뢰받는 금융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소통 채널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신한에 누를 끼친 어떤 누구도 다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이전투구 시즌3’를 막을 필수 요건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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