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선박, 해적에게 당하기만 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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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박이 또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한국 선박으로는 아홉번째 피랍이다. 이번에 납치된 삼호해운 소속 화학물질 운반선 삼호주얼리호에는 한국인 8명을 비롯해 선원 21명이 타고 있다. 지난해 11월 원유 운반선인 삼호드림호 선원 24명이 피랍 217일 만에 풀려난 뒤 두 달 만에 다시 피랍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납치된 금미305호는 아직 억류 상태에 있다. 우리 선박들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언제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지 답답하다.

정부는 우리 선박의 피랍을 막기 위해 2009년 4월 소말리아 해역에 청해부대를 파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3건의 피랍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삼호드림호 피랍 때 청해부대 군함은 해적을 추적해 가까이 따라잡았으나 선원들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 공격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피랍 지점에서 20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리 군함이 추적을 시작했지만 선원들이 인질이 된 상태여서 구출을 낙관하기 어렵다.

해적들은 이동 속도가 느리고 물에서 갑판까지의 높이가 낮은 벌크선을 주로 노린다. 소말리아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바다를 통과하는 한국 선박은 연간 600여 척으로 이 가운데 150여 척이 해적의 공격에 취약한 선박이다. 청해부대 군함 한 척으로 모두를 안전하게 호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외국 군함의 호송을 받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정부는 피랍 방지를 위해 해적 공격에 취약한 선박들을 대상으로 사설 보안요원 탑승과 선박 내 선원 피신처 마련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로켓포와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해적들을 당해낼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는 우리 해군의 호송 군함을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포함해 좀 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적 활동은 갈수록 기업화, 지능화하고 있다. 석방합의금만 해도 2007년 40만 달러 수준에서 지금은 그보다 수십 배 늘어났다. 삼호드림호 석방 때는 역대 최고인 950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해적들은 첨단 장비를 사용해 ‘먹잇감’을 찾아내고 몸값 흥정을 위해 선진국의 유명 변호사까지 고용한다. 내정 불안을 겪고 있는 소말리아 당국에 해적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적의 근원적 소탕을 위해 국제사회의 군사적, 법적 공동 대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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