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 바로 세우려면 대수술 주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총경 이상 경찰 고위간부는 모두 550여 명이다. 이 가운데 7%가 넘는 41명이 함바집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로비업자 유상봉 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자진 신고했다. 저질 함바집 로비스트와 연을 맺은 경찰관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직도 자수를 안 하고 가슴 졸이는 경찰간부도 적지 않을 것이다.

총경 계급장을 달고 경찰서장이 돼 보는 것은 일선 경찰관들의 꿈이다.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을 대표하는 경찰서장 이상의 간부들이 줄줄이 함바집 로비스트나 만나고 다니는 수준으로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요원하다. 함바집 로비스트 하나에 이럴 정도니 다른 비리들은 또 얼마나 만연해 있을지 짐작할 만하다. 41명 중에서 5명은 유 씨에게서 금품 제의를 받았지만 청탁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유 씨는 로비를 위해 그물망 인맥을 구축하고 현금과 각종 상품권, 명품을 활용해 로비하는 것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자진 신고 내용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조 청장도 고민이 클 것이다.

경찰 간부들은 대부분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그리고 박기륜 전 경기청 2차장 등의 지시로 유 씨를 만났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직접 유 씨를 대동한 채 건설회사 현장소장을 만나 함바집 운영을 맡기도록 청탁해 주었다. 경찰 조직의 최고위 간부들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브로커를 만나 현금 다발을 받아 챙기고 부하 간부들에게 그 브로커를 만나 청탁을 들어주라고 지시했다. 평소 ‘강한 경찰력은 깨끗함과 정직함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던 강 전 청장까지 연루됐으니 할말을 잃는다.

조 청장이 자진 신고를 하면 선처하겠다고 미리 약속하고 자진 신고한 내용을 검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직 간부 중에는 문제가 될 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한 것은 옳지 않은 태도다. 지금 자진 신고했다고 조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덮어둘 특권을 경찰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함바집 비리에 관련된 경찰관들을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전원 조사해 경찰 조직의 부패 청산을 위한 대수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결국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낸 밥값이 경찰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꼴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경찰 부패를 이대로 놓아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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