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人事세대교체만이 능사는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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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연말 임원 인사(人事)에서 세대교체가 두드러진다. SK그룹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연령은 종전 50대 후반∼6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50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SK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52.7세로 이전보다 5, 6세 젊어졌다. 삼성그룹 신임 사장 내정자들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53.7세에서 51.3세로 낮아졌다. 사장 승진자 9명 가운데 5명은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발탁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올 10월 “앞으로 조직 리더는 젊은 사람이라야 맞지, 나이 많은 사람은 안 맞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세대교체 발언은 재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한국의 최대 그룹을 이끄는 총수로서 고심 끝에 ‘젊은 경영’을 거론했겠지만 승계구도의 조기 가시화와 맞물려 있다는 풀이도 설득력이 있다.

이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42)과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전무(40)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부회장(47)은 그룹 부회장단을 이끄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40)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변화 속도가 빠른 정보기술(IT) 등 일부 업종에서는 ‘CEO의 젊음’이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리더에게 필요한 핵심 덕목은 해당 분야 업무 역량과 열정, 구성원들을 이끌어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과 목표를 성취하는 리더십, 조직에 대한 헌신성이다. 나이가 젊다고 이런 자질이 풍부하고, 나이가 많다고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막중한 직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종합적 역량을 갖추었느냐가 중요하다. 중장년층의 원숙함과 경륜, 젊은층의 창의성이 조화를 이룬 조직이 더 경쟁력이 높을 수도 있다. 기업 인사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이 만능의 해법은 아닐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령과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조직 리더의 나이가 젊어지면 연쇄 파급이 일어난다. 지나치게 빠른 세대교체는 상당수 구성원들에게 무력감과 좌절감을 안겨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에게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부단한 자기계발(自己啓發)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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