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현우]예산국회 지연 되풀이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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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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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으로 심란한데 예산처리를 두고 여야 간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국회를 보면서 국민의 한숨은 더 깊어진다. 국회는 2003년 이후 단 한 번도 헌법에 명시된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8년째 이러다 보니 이젠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국민마저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에 별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 올해도 작년처럼 여당인 한나라당이 금년 말일에 단독으로 예산안을 표결하고 통과시키는 또 하나의 나쁜 선례를 만들 개연성이 있다.

대통령부터 국회존중 첫단추 끼우고

몇 년째 같은 문제에 대해 개탄과 함께 개선책을 제시하는 시평을 쓰면서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예산처리 파행과 관련된 기본문제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예산안에 관한 국회활동은 대통령의 새해예산에 대한 시정연설로부터 시작한다. 올해도 10월 25일 대통령 대신에 국무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당일 대통령의 오후 일정은 노사정대표자 오찬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접견이었다.

대통령의 일정이 불가피해서가 아니라 국회에서의 시정연설은 국무총리에게 맡겨도 된다는 잘못된 관행의 답습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 고유기능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이다. 작년의 예산처리 과정이 얼마나 볼품없었는가를 되짚어 보았다면 정부는 좀 더 성의를 보여야 했다. 정치는 실리를 목표로 하지만 명분과 상징성으로 포장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했다. 예산과 관련된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못한 것이다.

현재 야당의 리더십 구도도 예산안 합의를 어렵게 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민주당의 정책적 위상 설정과 지도력 강화에 주력한다. 당내 결속을 위해서는 여당과 각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여기에 예산안 심의는 야당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4대강 개발을 중점투쟁 사안으로 삼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예산안 처리에 관한 합의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정치에서 소수당인 야당은 예산안 합의를 조건으로 일종의 정치타협을 해온 전통이 있다. 선거법 개정과 예산안 처리에 관한 한 여당은 단독처리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에 야당과 합의를 이루려 노력했다. 이러한 관행 속에서 야당은 여당이 양보할 만한 사안을 내걸었다. 대부분 예산과는 관련이 적은 정치적 타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논쟁이 된 것은 4대강 개발로 예산과 직결되는 쟁점이다. 그리고 여당은 대통령의 추진의지가 분명한 이 문제에 관해 야당에 제시할 타협책을 찾지 못했다.

심의기간 늘리고 전문성 강화해야

여기에 보태서 법적으로 국회는 60일의 예산심의 기간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짧다. 국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국회예산결산위원회가 9월에 구성됐지만 내년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11월 15일 8차 회의 때부터였다. 예산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기준점으로 볼 때 공휴일을 빼면 채 보름도 되지 않는다. 310조 원에 이르는 정부예산안을 심의하고 타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 예산국회의 파행이 계속된다면 무작정 합의를 기다리다 여당 단독의 예산안 처리라는 결과를 맞기보다 예산안 처리시한을 강제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 단기적 해결책에 불과하지만 현행처럼 헌법을 경시하는 결과보다는 낫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예산심의 기간을 늘리고 예결특위를 상임위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예결위 위원의 임기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린다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여야가 서로 타협해 가면서 정치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면 제도로 강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경직적이지만 제도에 의한 운영은 책임성을 명백히 할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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