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 판단도, 실전 능력도 왜 이 모양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그제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해 “북측이 서해 5도에 대한 공격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을 올 8월 감청을 통해 파악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밝혔다. 정부와 군이 북이 도발할 것을 알면서도 대비하지 않았다는 발언으로 해석돼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어제 합동참모본부가 “우리 군의 포사격 훈련에 대해 북측이 해안포 부대에 대응사격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첩보를 입수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국정원은 “(8월 감청 내용을) 연평도 공격과 직접 연관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뒤늦게 발을 뺐다. 국정원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국민은 불안하다.

군도 연평도 도발 이틀 전에 북한군 4군단이 방사포 1개 대대를 황해도 강령군 개머리 포진지로 이동배치한 뒤 도발 당일 해안으로 전진배치한 것을 포착했지만 포격을 예상한 대비는 하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 때도 군은 어뢰공격 15시간 전에 북한 잠수정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지만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반복되는 정보와 경계 실패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국정원의 국회 보고에 따르면 우리 군이 응사한 자주포 80발 가운데 탄착점이 확인된 것은 45발이었다. 나머지 35발은 바다에 떨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위성사진을 살펴본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45발 가운데 14발의 탄착점을 확인한 결과 북한 포를 명중시킨 것은 한 발도 없었고 모두 주변 논과 밭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어제 “무도 지역으로 발사한 15발 가운데 10여 발은 북한군 막사 주변에 떨어졌다”고 추가로 설명했지만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막사 주변 반경 50m 이내에 떨어진 것은 3발뿐”이라고 전했다. 북의 1차 포격 시에는 대(對)포병 레이더가 가동되지 않아 정확한 포격을 하기 어려웠다. 총체적인 정보 수집 및 경계 실패가 작전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전화설문조사에서 ‘강력한 제재 압박으로 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답변(57.0%)이 남북 정상회담이나 대북특사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38.7%)보다 월등히 많았다. 국내총생산(GDP)이 북한의 40배에 이르는 압도적 경제력을 갖고도 북의 공격 앞에 쩔쩔매는 수모에서 벗어나려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의 단호하고 결연한 행동이 필요하다. 정보기관도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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