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재계 “육아휴직급여 인상 반대”의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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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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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는 1일 정부에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여성근로자의 육아휴직 급여를 기존 정액제(월 50만 원)에서 정률제(임금의 40%)로 바꾸는 데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대한상의는 여성근로자가 육아기에 단축근무를 할 경우에도 부분적으로 육아휴직 급여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에 반대 의견을 냈다.

정부의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중 그나마 근로자들에게 환영을 받은 이들 방안에 대해 재계가 밝힌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육아휴직 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을 충당하려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 이 주장은 재계가 여성인력에 대한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출산과 육아 부담을 짊어진 여성 인력은 기업의 이익에 마이너스가 되는 ‘비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부담을 다소 지더라도 여성 인력의 경력 단절을 막고, 출산율 제고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재계의 최근 화두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들먹일 것도 없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고용보험기금은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부담한다.

재계가 거론하는 두 번째 이유는 ‘육아휴직 급여 정률제’가 대기업 정규직을 위한 추가 혜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월 임금이 229만4000원인 정규직과 125만8000원인 비정규직의 예를 들어 정률제를 적용하면 전자는 매달 41만7000원을 더 받는 반면 후자는 3000원만 더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근로자 대부분은 일단 ‘재계가 언제부터 비정규직의 불이익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나’라고 실소할 것이다.

재계의 고충도 전혀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모성보호급여가 도입된 이후 국고 부담금은 매년 100억 원에 불과한 반면 기업이 근로자와 함께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 부담분은 2002년 107억 원에서 올해 3260억 원으로 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가 정부나 국회에 예산 증액을 요구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재원을 확충할 방안을 모색하지 않고 급여 인상에 반대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대한상의가 “모성보호로 기업 부담이 늘면 기업은 여성 고용을 회피하게 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현실에서 어떤 저출산 대책을 논할 수 있을지 암담하다.

김희균 산업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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