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따른 대형 M&A‘절차와 기준’ 명확히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그제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그러나 경쟁에서 밀려 예비협상 대상자가 된 현대자동차 측은 “MOU의 효력이 없다”며 소송을 내겠다고 반발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외환은행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최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외환은행이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제시한 인수자금 가운데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치금 1조2000억 원의 자금 출처가 논란의 발단이 됐다. 채권단은 인수자금의 출처에 대한 증빙 서류를 제출하도록 현대그룹에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MOU 체결 마감시한에 쫓긴 외환은행은 증빙 서류 없이 MOU를 서둘러 체결했다. 다른 채권은행들은 외환은행이 일방적으로 MOU를 맺었다며 반발하는 반면, 외환은행은 다른 채권은행들로부터 MOU 체결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인수합병(M&A)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채권단끼리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은행 예치금의 출처에 대한 증빙 서류 제출시한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현대그룹이 5영업일 이내에 대출서류를 내지 않을 경우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MOU에 5영업일 내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MOU 자체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MOU 내용을 조사해 보면 금방 알 일을 놓고 싸우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국내 1위 건설회사인 현대건설은 2000년 이른바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 이후 채권단이 관리하는 워크아웃 기업이 됐다가 2006년에 정상화됐다. 이 회사가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발전하려면 주인을 제대로 만나야 한다. M&A 절차와 기준이 공정하고 명확하지 못해 갈등을 빚고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현대건설 직원이나 주주에게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 전체에도 이롭지 않다.

현대건설 외에도 우리은행 대우조선 하이닉스 등 대형 기업들이 투자 활성화와 경기 부양을 위해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해 되살린 기업들이다. 국민세금이 들어간 기업의 매각은 공명정대해야 뒷말이 없다. 매각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인수합병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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