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길승흠]中견제와 北개방을 위한 한-일 협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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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올해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계기로 지난 양국 관계사를 반성하고 향후 100년간 한국과 더욱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해 신시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앞으로 40년간의 행보가 신시대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2050년의 동아시아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학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2050년의 중국은 경제적으로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도 제치고 세계 1위 국가가 될 것이 유력하다. 정치적으로도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한국의 실질 구매력은 일본을 바짝 뒤쫓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일본 전자업계 9개 대표 회사 이익을 합친 것보다 크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50년 한국의 개인 소득이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은 10년 넘게 지속된 경제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망도 밝지 못하다. 일본의 문제는 인구의 고령화, 고용인구의 축소 등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위기감을 느낀다.

그래서 ‘한일 신시대’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한다. 일본 고위 관료들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해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간 나오토 총리는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한국에서 수탈한 도서 1205권을 반환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위기 탈출구를 모색하는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일본의 태도 변화는 한국이 실리를 취할 좋은 기회다. FTA 협상으로 양국 교역을 자유화해 만성적인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일본이 농수산물 시장을 더 과감히 개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독도 영유권 문제도 풀어야 한다. 미 국무부 자료는 미국이 일본을 점령했을 당시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또 일본 궁내성 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한일 고대사 관계 자료도 공개 및 반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 문제는 한일 양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북한의 비핵화 이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6자회담 틀에서 풀 수 있겠지만 북한의 개혁 개방에 있어선 일본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다. 일본은 ‘대일 청구권 문제’ 해소 차원에서 대북 경제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 일반적인 경제협력으로도 북한의 개혁 개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일 양국이 협력해 북한의 개혁을 이끌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현재 북한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을 가진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은 북한의 호전성을 어느 정도 저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김정일 김정은 세습체제를 측면 지원하는 부정적 측면도 크다. 동북공정, 센카쿠 열도 충돌에서 보듯 일본 및 동남아 국가와의 양보 없는 영토 분쟁 등 패권주의 위험성도 보인다.

이와 같은 중국의 부정적 영향은 한일 양국의 협력으로 저지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힘에 부친다. 따라서 한일 양국은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참여시킨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중국을 민주주의 가치의 틀로 흡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의 개혁 개방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중국의 패권주의를 저지하고 한국과 견고한 경제협력체를 이루는 것이 일본이 그릴 수 있는 최상의 2050년 시나리오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 통일을 향한 튼튼한 주춧돌을 놓는 길이 될 것이다.

길승흠 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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