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교육청도 손못대는 사립초교 편입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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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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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립초등학교 신입생 추첨에서 떨어진 학부모 A 씨는 “며칠째 패닉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률이 높아 마음을 비우자고 마음먹었지만 후유증이 크다”며 “공립학교에 보내면 아이가 뒤처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비록 입학 추첨에는 떨어졌지만 그는 아이를 사립초교에 편입시키려고 모든 사립초교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1학년도 서울시내 사립초교 39곳의 신입생 추첨이 끝났지만 떨어진 학부모들에게 아직 입시는 끝나지 않았다. 사립초교에 대한 입학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며칠 사이에 대기자 신청과 편입 방법을 묻는 질문이 수십 개 올라왔다.

8일 신입생을 추첨했던 서초구 반포동 계성초교. 이 학교 남궁순옥 교장이 추첨 시작 전에 학부모들 앞에 섰다. 그는 “당첨되는 친구들은 행운아입니다. 오늘 안 된다고 해도 먼 훗날, 아마 1, 2년은 안 움직이겠지만…. 빈자리로 보내고 싶은 분은 입학식 이후 편입 접수시키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또 “(편입은) 학교 내규에 의해 하니 의혹은 갖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내규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신청 순서보다 가톨릭 신자인가, 재단에서 추천했는가, 재학생의 형제자매인가 등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기준이 있다”고 답했다.

대기자 신청과 편입 방법은 학교마다 다르다. 추첨으로 순서를 정하는 곳도 있고 국어, 수학, 영어 에세이, 프리토킹 등 시험을 봐야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신청을 받은 뒤 우선순위 기준을 명시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한다. 한 학부모는 “대기자 신청은 받지 않고 결원이 생기면 바로 전화를 준다는 곳도 있는데, 어떤 순서로 연락을 준다는 건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 정원을 초과해 학생을 받거나 전입학을 대가로 기부금을 받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립초교 입학비리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기자 명단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게 하고, 1년에 최소 한 번 정원 관리감독을 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립초교 재단이 관계자 자녀를 먼저 입학시키는 등 그들의 기준에 따라 편입학 관리를 해도 교육청이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사립초교를 향한 학부모들의 열망은 앞으로도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비리에 대한 시교육청의 대응 방법은 크게 아쉽다. “수사권이 없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는 시교육청의 말에 학부모들이 얼마나 동의할까. 더구나 11곳은 입학 관련 기록이 없어 조사도 제대로 못했다. 정말 사립초교의 입학비리 문제를 뿌리 뽑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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