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찬욱]청목회 불법로비와 국회의원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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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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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즈음하여 한국의 높아진 국격을 실감하는 가운데 내정 무대에서는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사태가 펼쳐지고 있다. 국정감사를 하고 국가예산을 처리하는 정기국회 기간에 국회와 검찰이 빚어내는 공방과 갈등이 그것이다. 국회는 국가적 대행사가 임박한 시점에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 로비에 대한 검찰 수사를 긴급 현안으로 하여 총리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질문 공세를 벌였다. 수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보도의 내용만으로 시비를 가리기는 이르다. 그런데 선진민주국가를 목표로 하는 우리 내정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하는 개탄의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청목회가 국회의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의원사무실에 현금봉투를 직접 전달하는 등 정치자금법을 어겼다고 한다. 개인이나 단체가 자기 의사와 이익을 관철하려고 국회의원을 상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입법을 요구하는 로비 자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하지만 청목회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로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시민사회의 법의식이 겨우 이 수준인가. 돈 많이 가진 단체도 아닌 청목회가 이런 실정이라면 기득권이 더 많은 다른 단체는 어떻게 로비하는지. 액수가 얼마든 국회의원이 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후원금을 받았다면 정치자금법을 어긴 것이다. 청목회가 후원금을 제공한 사실을 알고도 즉시 반환하지 않거나 위원회·본회의에서 발언과 표결을 회피하지 않았다면 이해충돌의 시비와 대가성 뇌물수수의 의혹이 일게 마련이다. 의원도 법을 어기면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하기는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이다.

로비의혹에 국회 신뢰도 추락

그런데 검찰이 하는 일에 국민 다수가 박수를 보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에 돌아올 역풍이 예상된다. 영장 발부를 거쳐 이루어졌지만 의원사무실 11곳을 전격 작전으로 동시 압수수색하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예사가 아니다. 후원계좌 자료나 관계자의 출두요구 등 절차를 밟아가면서 수사를 진행할 여지가 없었던 중대 사건이었는지. 청목회의 불법로비를 넘어 의원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에 무게가 실리는지. 검찰의 의도가 야당들의 말대로 검찰 비리의 수사 의혹을 덮거나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검찰도 선진민주국가에 부합하도록 임무를 수행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검찰의 청목회 불법로비 수사에 대한 국회의 대응은 지나치게 반사적이고 즉흥적이다. 야당은 나중에 생각을 바꿨지만 처음에는 예산 심사나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총리와 장관을 국회로 불러 질타하고 검찰은 권한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손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의원들은 법인·단체의 후원금 제공 금지를 우회하기 위해 개인 명의로 ‘쪼개기 후원’하는 행위를 합법화하겠다고 한다. 국회가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로서 존경받고 떳떳이 활동하게 만드는 것도 국격을 높이는 일이다. 국회의원은 돈 냄새나는 의혹에 말려들지 않도록 스스로 예방해야 한다. 도덕과 윤리에 대한 심한 갈증이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인부터 지켜야 할 법규를 온당하게 정비하고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가 출동하여 불을 꺼야 하지만 평소 불조심하고 발화 우려가 있는 곳은 순찰하고 확인하는 예방이 필수적이다. 국회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율적으로 의원윤리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한다. 국회의원윤리강령과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은 원론적인 선언문이다. 이를테면 직무관련 금품 취득을 금지하는 데 구체적인 기준이나 처리방안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400쪽이 넘는 미국 연방하원의 윤리규칙에 비하면 막연하기 짝이 없다. 상세한 윤리규칙안을 제정해야 한다. 윤리특별위원회에 전문 인력을 배치하여 시비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한 사전적 조언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동료 감싸는 윤리불감증 없애야

의원들은 동료가 연루된 윤리문제 심사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윤리특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이전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조사·심사기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미국 연방의회의 예를 들면 2008년 3월 하원은 의원 아닌 전문가로 구성되는 독립적인 의회윤리실을 설치했다. 윤리위반 사실을 사전에 조사해 윤리위원회에 보고한다. 또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가 임기 말까지 지연되지 않게 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의원윤리위반 안건은 일정 기한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할 수 있다.

검찰의 청목회 불법로비 수사를 계기로 국회는 의원윤리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가 자율적 위상을 확립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길이다.

박찬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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