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당과 사법부의 ‘제 논에 물대기’ 볼썽사납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검찰의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용납할 수 없다. 국회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10여 건의 검찰수사에 대해 “예산국회를 앞두고 야당을 위축시키고 길들이기 위한 편파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여야 정당의 지도자들이 의원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검찰을 압박하려는 듯한 태도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로비 모금액 8억 원 가운데 검찰이 후원금 접수명단을 확보한 국회의원 33명에게 건네진 돈은 2억7000만 원이다. 의원들이 청목회 돈을 받은 시기는 청원경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지난해 12월) 직전인 작년 10월에 집중돼 있다. 청목회는 청원경찰의 고용보험 가입을 자율로 하는 조항이 포함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한 로비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수증 발급을 비롯해 후원금의 형식요건을 갖췄다 해도 입법 관련 대가성이 있었다면 불법 정치자금이 된다. 의원들이 청원경찰들의 푼돈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큰소리를 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국민대표기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모두 411억6719만 원의 후원금을 거둬들였다. 합법적 후원금을 받아 좋은 데 쓴 의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이해집단을 위한 청부입법을 하고 대가를 받아 챙기는 정치권이 검찰수사를 압박하는 것은 국민 수준을 얕잡아보는 태도다.

법원 관계자들은 최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양형(量刑)기준법 관련 심포지엄이나 공청회에 불참했다. 법무부가 주최한 외국양형조사제도 운영현황과 관련한 심포지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법조계 출신 의원들을 상대로 양형기준법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입법 로비에는 열심이다.

양형기준법 논란을 증폭시킨 것은 판사에 따라 들쭉날쭉 하는 형량 때문이다. 고무줄 판결은 전관예우(前官禮遇)와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 논란을 빚어 사법부 불신을 불렀다. 법원은 형량 결정이 판사의 헌법상 권한이기 때문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감경(減輕) 이유를 들어 봐주기 판결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재판권은 법원에 있지만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 법원이 국회의 양형기준법 논의를 거부하는 자세는 직역(職域)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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