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보선 비용, 원인 제공자가 부담케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2005년부터 올해 6·2 지방선거까지 군수 선거를 5차례나 치른 경북 청도군 주민은 선거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돌린다. 당선자 3명이 불법선거와 비리혐의 등으로 중도 하차해 두 차례 지방선거 이외에 재·보궐선거를 3차례나 치렀다. 2007년 12월 재선거 때는 금품수수 혐의를 받은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1400여 명이 사법 처리되는 홍역을 겪었다. 재정자립도가 10%에 불과한 청도군은 재·보선에서 매번 약 5억 원의 선거비용을 지출했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의 당선 무효 등으로 생긴 공석을 채우기 위한 재·보선은 2000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로 정례화됐다. 올해까지 11년간 22차례의 재·보선에 1710억여 원의 국민세금이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고에서 부담한 선거비용을 계산한 것이 이 정도다. 후보자와 가족과 친인척, 후원자 그리고 소속 정당이 쓴 합법적 불법적 비용을 더하면 훨씬 많은 돈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자살한 오근섭 전 경남 양산시장이 60억 원의 선거 빚을 진 사실만 보더라도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이 쓰는 비용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에서 뽑는 공직은 국민과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성격을 갖고 있어 공석이 생기면 새로 뽑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하지만 불법선거를 저지른 후보자 때문에 치르는 재·보선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 재·보선의 원인을 따져 불법선거운동을 한 후보자와 정당에 징벌적 차원에서 선거비용을 분담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행법에 돈 선거나 불법선거 혐의가 있는 당선자를 형사처벌하고 공직에서 추방하는 강력한 제도가 있는데도 불법선거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자정(自淨)능력이 없는 정당의 책임이 크다.

일본에서는 중·참의원의 의원직을 상실하면 유효 투표의 6분의 1 이상 득표한 2위 후보가 승계하도록 돼 있다. 프랑스는 지방의원 선거 때 보충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도록 해서 빈자리가 생기면 그 자리를 잇게 한다. 우리도 재·보선의 폐해와 낭비적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정비할 때가 됐다. 투표율이 20∼30%인 재·보선에서 당선된 사람에게 주민의 대표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의원이나 시장 군수 몇 자리를 뽑는 재·보선을 정권의 중간평가나 되는 것처럼 여야가 다걸기(올인)하는 것도 정치의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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