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불법 원정 시술’ 알고도 눈감은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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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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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중국 일본에서 원정 시술받은 환자 2명이 사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주승용 의원(민주당)은 22일 국정감사에서 이 사실을 공개했다. 줄기세포에 희망을 걸었던 환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국감에서 “무허가 의약품에 해당하지만 해외에서 시술했기 때문에 의료법 처벌이 어렵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넉 달 전인 6월 복지부의 입장은 달랐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번에 문제가 된 바이오업체 알앤엘의 ‘메디컬투어’가 현행법에 위반되는지를 복지부에 문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복지부는 회신에서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으로 질병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 광고할 경우 약사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약사법에 근거해 시술을 중단시킬 수 있었지만 방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사가 나간 뒤 기자에게 연락한 대학교수 A 씨는 “해외 시술의 문제점에 대해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여러 번 민원을 냈지만 관련 부서마다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기대로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환자는 숨졌다. ‘메디컬투어’를 진행한 바이오업체 알앤엘은 “줄기세포 치료제 시술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니다.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었던 환자들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메디컬투어’는 의약품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한 것이 아니다. 뇌중풍(뇌졸중)과 당뇨병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로 광고해 환자를 모집했다. 설사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없다 해도 알앤엘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알앤엘은 버거병·퇴행관절염·척추손상을 치료하는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 1단계를 진행 중이다. 임상 1단계란 의미는 아직 안전성 검증조차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난치병 환자들은 안전성보다 신속성을 원하기 마련이다.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비슷한 문제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조성래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국내 임상시험 인프라가 부족하고 환자 1인당 수천만 원의 임상비용이 들다 보니 편법을 택한 것 같다”며 “가치 있는 의료기술이라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되 불법 시술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지원도 하지 않고, 불법도 규제하지 않는다면, 환자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생명을 건 시술을 계속 받으려고 할 것이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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