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병일] G20, 환율전쟁 중재 역사적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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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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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불과 3주 앞두고 환율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오늘 시작되는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정상회의 이전 마지막 공식적인 조율의 장이라는 점에서 의장국인 한국의 중재능력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환율 갈등의 핵심은 아시아 국가가 수출 촉진을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저평가시킨다는 선진국의 주장이다. 논란의 중심부에는 중국과 미국이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30% 이상 저평가시킨다는 주장을 미국은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씌우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금융위기 국제공조’ 초심 되새기며

중국도 밀리지 않는다. 미국 압력으로 자국 통화를 고평가시키지는 않겠노라고 공언했다. 유럽과 일본이 미국을 편들었다. 신흥국은 선진국 간 돈 풀기 경쟁과 저금리 정책으로 투기성 자금이 몰려들어 자국 통화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수출 가격 경쟁력 하락, 금융시장의 우려 속에 정책대응에 고심한다. 환율전쟁의 전선이 확산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더블딥의 우려를 부추긴다. G20 체제가 시험대에 올라섰다. 의장국인 한국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G20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 대공황으로 파급되는 일을 막기 위해 선진국이 선택한 장치는 그들만의 선진 7개국(G7)이 아닌 개도국 10개국을 포함한 G20이었다. G7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G20 정상은 시대적 위기에 시기적절하게 대응했다. 신속하고 과감한 국제공조 덕분에 21세기 최초의 대공황은 모면했지만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진국의 경기회복은 너무나 느리고, 신흥국은 여전히 과거의 무역정책을 고수한다.

신흥국이 지속적으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고, 미국은 신흥국 자본공급에 힘입어 금융시장의 거품을 키워온 불균형이 무한정 지속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미국의 대출에 의존한 과도한 소비, 방만한 거시경제정책과 미비한 규제가 위기의 본질이지만 글로벌 불균형이 미국의 경제행태, 경제정책과 맞물려 위기를 키운 점 또한 분명하다. 위안화가 저평가됐고 중국정부가 개입한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지난 5년간 한국의 원화 역시 상당한 정도로 저평가됐고 한국 역시 이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신흥국의 환율만 평가절상되면 선진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해소된다는 주장 또한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선진국 경제 역시 개혁과 혁신으로 거듭나야 한다. 서로 상대방 때리기에 열중한다면 세계경제만 멍들 뿐이다.

경제논리로만 따진다면 신흥국은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적정한 환율수준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조정하며, 선진국은 방만한 소비를 부추기는 금융시장의 과잉을 규제하고 자국의 불황을 신흥국으로 수출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말고 국제공조를 하는 것이 정답이다.

갈등해소 정치적 명분 만들어줘야

문제는 정치다. 신흥국과 선진국 모두 국내 유권자에게 “우리가 이겼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주어야 중재에 성공할 수 있다. 불균형 해소를 위한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중장기 정책목표에 합의해야 한다. 동시에 환율 갈등의 쌍둥이 꼴인 핫머니의 과도한 유·출입에 따른 시장교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국제공조를 동시에 이끌어 내야 외환보유액 쌓기에 골몰하는 신흥국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

환율 갈등은 금융위기의 온전한 극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선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다. 환율전쟁은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한다면 갈등 해소는 쉬울 수 있다. 이는 의장국인 한국의 몫이다. 한국이 이런 소중한 중재의 기회를 가졌음을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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