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지종]외국인력 이직제한, 내국인 직업안정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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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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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고자 저개발국가의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한 지 17년이 되었다. 초기에는 산업현장에서의 숙련도와 생산성을 감안하여 연수생 신분의 지위였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의 차별 금지에 대한 논란이 비등함에 따라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도 내국인 근로자와 동일하게 노동관계 법령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 최근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하여 헌법소원이 제기됐다고 들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한 뒤의 사업장 변경을 3회로 제한하는 법률조항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가 저숙련 외국 인력을 도입하게 된 배경은 내국인 노동시장의 보완성에 있다. 즉 기업의 인력수요는 있지만 내국인 인력이 수행하지 않는 업무에 대해 외국인력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책적으로 기본원칙이 있다. 첫째, 외국 인력이 내국인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도록 하고 둘째, 외국 인력의 유입이 생산효과를 거쳐 내국인 고용창출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취업은 내국인 근로자와 같이 자유롭게 직장을 구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일부 제한되어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특정 외국인과 근로조건에 명시한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기간에 해당 중소기업 근무를 조건으로 입국하지만 잦은 사업장 변경 요구로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요건을 좀 더 강화하고 횟수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계약기간 중 좀 더 임금이 높거나 근무환경이 좋은 사업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고의로 근로계약을 해지하려는 행태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을 거부하거나 태업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사업장 변경 요구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한다. 중소기업자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도 이들의 이직으로 인해 계획된 물량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납기를 맞추지 못하여 경영상 큰 피해를 본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9년 발표한 외국인력 실태조사를 보면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 255명에게 사업장 이동 후 임금변화에 대하여 질문한 결과 절반이 넘는 135명이 이전 직장보다 임금이 높아졌다고 응답해 사업장 이동의 주된 원인이 임금임을 뒷받침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에 대해서는 한국과 유사하게 외국 인력을 활용하는 외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만은 기업이 휴·폐업하거나, 임금 체불로 인하여 근로계약이 종결되거나, 외국인 근로자의 귀책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다. 싱가포르 역시 외국 인력이 종사할 수 있는 업종과 직종을 엄격히 제한하여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업장 변경이 불가하며 최저임금제도 적용하지 않는다.

일본은 연수기업이 폐업 또는 도산하거나 사업을 축소하여 연수가 불가능한 경우 외에는 연수업체의 변경을 제한한다. 이와 같이 자국내 노동시장을 개방한 국가에서도 제한적으로 사업장 이동을 허용한다.

지금도 많은 중소기업이 생산현장에서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는다. 그나마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정부가 허용하는 기준에 의하여 한두 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받아 어렵게 기업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외국인력 도입정책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불가피한 조치로 봐야 한다.

장지종 중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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