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성하]규제와 통제의 미학, 도박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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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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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 도박산업 취재 중 특별한 것을 ‘발견’했다. 파럼프(나이 카운티)라는 모하비 사막 작은 타운의 ‘공창(公娼·brothel)’이었다. 알고 보니 네바다 주는 미 연방 중 유일하게 매춘을 합법화한 곳. 물론 전체는 아니다. 17개 카운티(군에 해당) 중 12개(4개 조건부, 1개 방관)만 그렇다. 라스베이거스, 리노 등 대도시는 불법화했다.

미 연방이 매춘에 법적 제재를 시작한 것은 1942년. 선봉장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었다. 6년 후 연방법 발효로 매춘은 불법이 됐다. 홍등가가 도심까지 진출했던 카지노타운 라스베이거스와 리노 시에서도 매춘과 매음굴이 철폐됐다. 이후 매춘은 법적으로 ‘공공불법방해(public nuisance)’로 규정된다.

두 도시의 매춘이 사라진 것은 1951년. 하지만 재정형편이 어렵던 사막 카운티는 달랐다. 그때 한 매음굴 주인이 아이디어를 냈다. 매음굴도 카지노처럼 면허로 통제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 알려졌다시피 네바다는 미 연방 중 도박을 합법화한 최초의 주다. 이 제안에 네바다의 여러 카운티가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이듬해 제정된 네바다 주법에는 그런 여지가 남겨졌다. 드디어 1977년 나이 카운티의 전설적인 매음굴 ‘치킨랜치’ 주인 월터 플랭킨턴이 소송을 제기했다. 주법이 매춘을 ‘절대적 공공불법방해’로 보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이듬해 네바다 주 대법원은 플랭킨턴의 손을 들어주었고 ‘불법’ 판단을 카운티 재량에 맡겼다. 12개 카운티의 매춘 합법화는 그렇게 이뤄졌고 치킨랜치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받는 게 있으면 주어야 할 것도 있는 법. ‘면허’와 ‘세금’이 그 대가였다. 매음굴은 면허발급, 건강검진, 세금납부 등의 엄격한 규제와 통제 아래 놓였다.

네바다 주의 도박 합법화(1931년)는 대공황서 살아남기 위한 혁명적 생존전략이었다. 그것은 성공적이었다. 1976년까지 네바다뿐이던 합법도박이 현재 두 주(유타, 하와이)만 뺀 48개 주로 확대된 현실이 그 증거다. 핵심은 사회적 해악(도박)을 최소화한 통제와 규제시스템, 그것을 통해 거둔 막대한 세금으로 이룬 재정건전화다. 매춘 합법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면허’와 ‘세금’을 통한 ‘공공 불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통제. 없앨 수 없다면 활용하는 게 최선이라는 네바다식 관점에서 보면 참고할 가치가 있다 .

최근 국감에서 이사철 의원(한나라당)은 카지노타운 마카오에서 한국인 여행자의 현금 인출이 크게 증가했음을 지적하며 원정도박의 폐해 가속을 우려했다. 한 연예인은 해외 거액도박으로 진 빚을 갚지 못해 귀국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비난을 샀다. 싱가포르는 올해 거대 카지노테마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를 2개나 오픈하며 관광달러의 블랙홀로 등장했다. 일본도 카지노를 준비 중이다. 모두 연간 1300만 명이나 출국하는 대한민국이 주 타깃이다.

이런 마당에 우린 별 대안도 없이 외래방문객 1200만 명 시대만 외치고 있다. 싱가포르와 일본이 도박산업에 대한 시각과 스탠스를 조정한 이유를 보자. 규제, 통제시스템만 가동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선진 경험에 대한 연구결과다. 외래방문객 1200만 명 유치에 카지노산업은 피해 갈 수 없는 선택 중 하나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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