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상두]독일에서 배우는 통일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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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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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000년 이상 통일국가를 이룩해 왔다. 한국인에게 민족통일이란 당연한 일이고 현재의 분단 상황은 예외적인 현상이다. 이에 반해 독일의 역사는 분단과 통일의 역사다. 독일민족은 300개 국가로 분열되었다가 19세기 말 비스마르크가 처음으로 통일을 이룩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 다시 분단됐으며 헬무트 콜 총리에 의해 재통일됐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독일은 분단 관리와 통일의 경험이 풍부하다.

동북아 FTA 등 지역통합 필요

인간은 과거로부터 배운다. 역사란 인간 경험의 데이터베이스와 같다. 독일 속담에 ‘늙으면 현명해진다’는 말이 있다. 국가도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 더 지혜롭다. 한국인은 풍부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분단과 통일의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독일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독일 통일은 네 가지의 성공조건을 충족시켰다.

첫째, 유럽의 통합이다. 서독은 통일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유럽통합을 먼저 달성했다. 하나의 유럽이 건설되면 하나의 독일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동북아의 통합이 필요하다. 한중일은 서로 제1교역국이지만 경제교류를 저해하는 관세장벽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3국이 역외국가와는 적극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앞장선다면 통일에 보탬이 될 동북아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둘째, 동독의 변화다. 동독 주민들의 반정부 시위와 서독행 탈주로 정권이 흔들리자 소련의 개혁정치가 고르바초프는 동독 지도부에 개혁개방을 요구했다. 그리고 ‘동독식 사회주의’를 고집하던 에리히 호네커 공산당 서기장이 퇴진하면서 동독 공산당은 베를린장벽을 열었다.

북한은 소련식 개혁의 후유증을 보고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활용해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 북한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나고 급변사태로 치닫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식 점진 개혁이라는 사실과 개혁개방이 북한주민에게 행복권을 보장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한국과 중국은 의기투합해야 한다.

셋째, 서독의 정책적 일관성이다.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추진할 때 야당이 반대해 논란이 일었지만 기민당의 콜 총리는 집권 후 동방정책의 정신을 계승했고 통일총리가 됐다. 과거 정권의 화해협력 정책에서 원칙은 받아들이고 실행방식은 개선했다. 그리하여 서독에서 통일정책은 초당적으로 협의할 수 있었다.

우리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은 실행 10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 중이다. 햇볕정책의 퍼주기 방식이 문제라면 이 점을 개선해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실행할 수 있는 중도적 화해협력 노선에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與野뛰어넘는 중도노선 마련을

넷째, 통일을 이루는 데에 신속한 결단을 내렸다. 베를린장벽이 붕괴되자 주변국이 통일을 반대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동베를린을 방문해 동독의 존속을 지지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독일을 두 번씩이나 패전시켰는데 다시 유럽의 강자로 돌아왔다”며 우려했다. 만일 소련이 붕괴되지 않았더라면 동독이 급변사태를 극복하고 정치적 안정화에 성공하면서 기회의 창이 다시 닫혔을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통일을 저해하는 주변 변수를 미리 제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더라도 그들의 국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 이슈를 제외하고는 북한보다 한국에 더 가깝다. 그러므로 한반도 통일이 안보갈등 요인을 없애고 접경교역의 이득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을 보여주는 협력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고상두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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