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칙 없는 ‘부동산 찔끔 처방’ 반복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정부가 한 달 이상 끌어온 부동산 대책을 내일 내놓는다. 이번 대책에는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액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권 주택을 구입한 1주택자도 예외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重課稅) 감면을 2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주택 구입 수요를 늘리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측과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측의 의견은 정반대로 나타난다. 이번에도 건설 및 부동산 업계는 “특단의 조치가 아니면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 쪽에서는 “DTI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와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가 만병통치약을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시장의 신뢰를 얻어 효과를 내려면 정책의 원칙을 밝히고 이를 지켜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냉탕 온탕을 오갔다. 출범 초기에 집값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대선 공약인 규제완화를 늦추겠다고 하더니 출범 4개월 만인 2008년 6월부터 2009년 2월까지 6차례의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른 2009년 7∼10월에는 유동성 규제에 집중했다. “부동산 규제를 풀었다 묶었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과거 정부를 비판한 현 정부 역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한 것이다. 시장 상황에 끌려다니며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는 모양새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 들어 부동산 거래가 거의 끊기는 바람에 제때 이사를 가지 못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지만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대책을 계기로 주택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종전처럼 정부의 ‘찔끔 처방’과 부동산 시장의 추가대책 요구가 되풀이되면 시장 심리가 불안해져 정책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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