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우선]해외 자원개발 전쟁서 한국의 무기는 ‘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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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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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이 꼽는 한국의 장점요? 착하다는 거 아닐까요?(웃음)”(자원업계 관계자)

요즘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지역 자원을 놓고 자원개발사업 수주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의 중국, 오랜 자원개발 노하우를 지닌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내세울 게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차관 지원이나 자원개발 기술도 ‘압도적인 매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요즘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는 자원개발 협력 대상국 중 하나로 한국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착하기 때문”이란다.

‘이윤 극대화’가 대세이자 모토인 요즘, ‘착하다=경쟁력’이라는 말은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원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빈말이 아니다. 광물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아프리카에 가보면 중국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다”며 “그 반작용으로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상당수의 노동자를 중국에서 데려다 고용하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현지 기준으로 부촌(富村)이 형성된다”며 “이 과정에서 주변 지역 물가까지 덩달아 올라 정작 현지 주민들은 일주일 월급으로 두루마리 휴지 하나 못 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주변 개도국 지도자들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와 손잡고 싶어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을 ‘안전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현지인 채용에 적극적이었고, 이를 통해 이윤을 공유해 왔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 전수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귀동냥과 어깨너머로 선진기술을 익히는 설움이 어떤 건지 안다”며 “이 때문에 현지인들이 궁금한 기술을 물으면 최대한 친절히 답해준다”고 말했다.

25일 방한한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우리는 함께 협력해 공동 이익을 창출하자는 것이지, ‘새로운 주인’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원주민들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볼리비아처럼 식민지 경험이 있는 한국에 연대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한 많은 개도국의 처지를 반영한다.

한국은 개도국들에 어떤 파트너가 될 것인가. 진심을 담은 협력과 상생.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은 자명하다.

임우선 산업부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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