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홍성철]욕설과 막말이 애정표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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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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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는 대체로 학교 교사보다 인기가 많다. 강의 능력이 우수한 몇몇 인터넷 스타 강사는 학생들에게 ‘…신(神)’ 등으로 불리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명성을 떨치다 2001년 사망한 어느 논술 강사의 경우 지금까지 추모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학교 교사들은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교사는 교과 지식뿐만 아니라 생활태도 등 도덕적인 측면도 지도해야 한다. 싫은 소리도 해야 하고 체벌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당연히 인기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인기가 많다고 반드시 훌륭한 교사라 하기도 어렵다.

강사는 인기와 인지도가 수입과 직결된다. 강의 내용은 물론이고 외모와 말투까지 신경 쓰며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머리 염색은 기본이고 학생들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녹화를 해서라도 반드시 본다.

최근 교육방송(EBS) 강의 내용 가운데 군대 관련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일부 인터넷 강사의 욕설, 막말 강의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인강 막말’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터넷 강사 1세대인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대표도 거침없는(?) 강의 내용으로 교육계에 화제가 되곤 했다. 일부 강사가 욕설과 막말을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 왔다는 것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필자가 당황했던 부분은 욕설과 막말의 대상인 학생들의 반응이다. ‘인강 막말’을 다룬 모 신문 기사에 대해 한 웹 포털의 수험생 커뮤니티에 오른 댓글 가운데 절반은 막말 강사를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또 약 40%는 이니셜로 처리된 강사가 누군지를 추정하는 글이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거나, 강사들의 욕설이 오히려 재미있다는 반응이 주류인 것이다. 비판적인 의견은 10%도 되지 않았다. 폭력을 당하고도 자신이 피해자인 줄 모르는 격이다.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한 수험생은 “인터넷 강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나한테 욕한다는 느낌이 별로 없고 그냥 강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인터넷 강사들은 감동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강의를 한다”면서 “정신 차리라고 하는 욕설은 일종의 애정표현으로 들린다”고 했다. 일부 학생은 “학교 선생님들도 욕을 하는데 강사의 욕설만 문제 삼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항변까지 했다.

교사의 폭언 역시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고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매우 비교육적인 처사다. 학생에게 직접 가하는 폭언은 모욕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경우 학생들은 최소한 폭언이 잘못이라는 것은 안다.

욕설과 막말은 학생들의 언어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이자 인격에 대한 모독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영향력이 큰 강사가 욕설과 막말을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부 강사는 이 같은 언행이 학생들의 강의 주목도를 높여주므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수단이 꼭 욕설과 막말이어야 할까.

엄밀히 말하면 학교 수업도, 인터넷 강의도 모두 가르침의 현장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은 사명감까지는 몰라도 최소한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언어적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죄악이다. 피해자가 인식조차 못하는 폭력은 더욱 무섭다.

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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