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상증 목사가 오죽하면 親北세력 질타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한국 개신교의 원로인 박상증 목사(80)가 천안함 폭침(爆沈)사건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종교계 일각의 움직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 목사는 재단법인 굿 소사이어티(이사장 김인섭)가 ‘종교의 현실참여’를 주제로 마련한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일부 종교인 등 좌파세력이 미국에 가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비판한 데 대해 “그들은 친북파(親北派)여서 민주화운동을 할 때도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그 사람들이 김정일과는 친한데 이명박 정권은 타도해야 할 정권으로 인식했다”며 “그런 식의 시민운동은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으로 동승(同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교회일치 운동)의 주역인 박 목사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년간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고 현재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른바 ‘민주 진보’의 대표적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종교계 일각의 친북적 현실참여를 비판하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양심적 종교인들은 권력의 불의와 횡포에 맞서 빛과 소금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정권의 정통성 시비가 사라진 뒤에도 일부 종교인이 세속적 이슈에 대해 독선적이고 편향적인 현실인식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북한에서 ‘김정일 찬양’의 궤변을 늘어놓은 한상렬 씨처럼 친북, 종북(從北)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 종교인도 있다.

박 목사는 “내가 소년기에 겪었던, 남한단독정부 부정(否定)을 앞세우며 북한정부 수립을 위한 비밀선거에 동참을 강요하던 세력과 광우병 촛불시위에 비친 선거부정의 정서에 어떤 역사적 연결고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말도 했다. “일부 종교인의 4대강 사업 반대는 4대강 문제라기보다 대(對)정권 투쟁 같다. 유신체제도 아닌데 교회가 정당정치에 휘말려 들어가 어느 한편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경청할 만하다.

북한의 참혹한 현실에 눈을 감고 있는 일부 종교인은 박 목사의 고언(苦言)을 새겨들어야 한다. 북한 주민의 비인간적 삶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양심에 부합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데 두 대담자는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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