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좌파 교육감과 전교조의 ‘교육 뒤집기’ 끝은 어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선진국은 교사·학생 평가 實效性더 높이는데
미래세대 경쟁력 포기하는 교육에 희망 없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새로운 교육정책 ‘최고를 향한 경주(Race to the Top)’를 채택했다. 이 정책에 따라 미국 정부는 정교한 학력 평가와 교원 평가를 통해 학력수준 미달 학교를 끌어올리겠다는 개혁 방침을 밝힌 주에만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기존 교육예산과는 별도로 43억 달러를 확보했다. 미국의 지방교육에는 개혁 경쟁이 벌어졌다. 미국 뉴욕 주는 학생 성적과 교원 평가를 연계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는 평가 결과에 따라 교원을 퇴출한다.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 교원노조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오바마 대통령이 바로 그 교원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 중인 정책이다.

5월 집권한 영국 보수당은 공립학교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나 비영리기관이 정부 예산으로 학교를 설립, 운영하도록 했다. ‘선택과 경쟁’을 내건 스웨덴 사립학교 모델에서 본뜬 제도로 소외 계층 학생들이 특히 혜택을 본다. 핀란드 학교를 경쟁 없는 교육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과 다르다. ‘좋은 학교’로 평가받은 학교의 교사들에게는 특전을 주어 교사들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한다.

어제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 한국에선 친(親)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이 “평가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부추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북과 강원도교육청은 평가 거부 학생들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가 뒤늦게 번복해 혼란을 빚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시험 하루 전인 12일 오후 3시경 “시험거부 학생은 무단결석 아닌 기타결석으로 처리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냈다가 다음 날 오전 2시에 취소했다.

좌파 교육감과 전교조는 “학생과 학교를 줄 세우는 일제고사가 아이들에게 시험 부담을 가중시키고 교사들까지 시험 경쟁에 휘말리게 한다”고 주장한다. 1970년대 세계 교육계에 팽배했던 좌파 논리를 그대로 차용(借用)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각국의 교육은 학력 수준을 높여 학생들에게 미래의 경쟁력을 갖춰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좌파 교육감들은 낡은 논리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꼴이다.

일부 전교조 교사는 어린 학생에게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주입(注入)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조 소속인 김모 교사는 “반공법이란 반공이라는 이름 아래 민중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억압하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고 설명하는 ‘의식화 교육’을 했다. 빨치산 추모집회에 학생을 데리고 간 교사도 있으니 할 말 다했다. 지구상에서 퇴조한 이데올로기를 가르쳐서 어쩌자는 것인가.

이들이 추구하는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어른이 됐을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자명하다. 지식정보와 기술이 개인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세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육의 질을 높여 우리 아이들이 삶과 직업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21세기 미국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평가 없는 교육, 경쟁 없는 학교로 갈 경우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서 희망을 잃고 뒤처질 수밖에 없다.

여유 계층은 사교육을 받거나 유학이라도 갈 수 있지만 가난한 학생들은 더 어려워진다. 결국 좌파 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외계층 학생이다. 미셸 리 미국 워싱턴 교육감은 작년 무능교사 388명을 해고하면서 교원노조에 맞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끌어올리는 개혁 정책을 폈다. 실제로 리 교육감의 개혁 이후 지역 내 학생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

우리나라의 좌파 교육감과 전교조는 교원평가 거부, 전면 무상급식 등으로 전선(戰線)을 넓혀갈 태세다. 특히 전면 무상급식 공약은 더 중요한 교육투자를 뒤로 미루게 할 소지가 크다. 이들이 교육정책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어 ‘교육 뒤집기’에 나서고, 학교가 혼란에 빠지는 사태를 마냥 지켜볼 수는 없다. 정부는 교육철학과 정책에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번 단체교섭에서 ‘조합원의 임금 근무조건’ 등에 관한 사항으로 제한된 법을 뛰어넘어 미래형 교육과정 중단 같은 월권적 조항을 내걸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법테두리를 벗어나는 무리한 요구에 무릎을 꿇는다면 이 나라 교육은 미래가 없다.

교육감과 교사들은 이념에 앞서 내 자식이라면 어떻게 교육하겠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바란다. 어떤 경우에도 어린 학생들을 볼모로 삼아 정치투쟁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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