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석만]중앙-지방 교육 갈등, 권한부터 교통정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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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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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던 시절 “내 자유야”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자유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보다는 개인의 권한과 이익만을 강조해 방종으로 흐르곤 했던 상황을 빗댄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쉽게 “내 자유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자유에 걸맞은 책임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운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되는 교육 이슈들을 보면 “내 자유야”라는 말이 다시 유행하고 있는 듯하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과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취임 직후 교육과학기술부가 몇 년째 추진해온 교원평가제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김 교육감은 5년간 시범 운영을 거친 교원평가제를 폐지하는 규칙안까지 입법예고해 중앙과 지방의 교육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무상급식과 교장공모제, 혁신학교 도입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내건 선거 공약들의 대부분이 교과부의 방침과 반대되는 것이어서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감 선거를 직선으로 치르면서 교육은 정치화됐고 교육 정책은 정부가 추진해온 방향과 관계없이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 이슈로 바뀌었다. 2008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 과정에서 노출됐던 이념 대결이 이번 6·2지방선거에서는 전국화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 다툼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중앙과 지방의 교육정책이 제대로 분권화돼 있지 않은 데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교과부는 초등교육법 9조에 명시된 정부 고유 권한임을 강조하지만 일부 교육감은 교육자치에 대한 월권이라며 반발한다. 교원평가도 마찬가지다. 관련법이 3년 동안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원칙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고 이 틈을 타 교육청들이 10년째 추진해온 정부정책을 폐지하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해법은 결국 중앙과 지방의 교육 권한에 대한 개념부터 제대로 정립하는 데 있다. 2014년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행정구역 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중앙의 역할부터 뚜렷하게 설정해야 한다. 지방은 중앙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그 책임은 무엇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교육이 정치가 아닌 정책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는 것은 물론이다. 교통정리 권한을 가진 국회는 헌법에 명시된 지방자치의 원칙에 따라 지방교육자치의 사무와 권한을 명문화해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내 자유야”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지방교육자치의 원년으로 다소 혼란은 있겠지만 그 혼란 역시 국민의 힘으로 선출된 대표자들의 책임이다.

윤석만 교육복지부 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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