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처 입씨름에 멈춰선 일자리사업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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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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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동부 노동시장정책과는 정부 각 기관의 항의 방문과 전화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이 과에서 현재 정부 일자리 사업 중 중복되거나 유사한 사업들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 ▶본보 9일자 A14면 참조

26개 부처청에 흩어져 있는 정부 재정 투입 일자리 사업은 179개로 올해 예산은 8조9028억여 원에 이른다. 문제는 그동안 각 기관과 부서별로 너도나도 일자리 사업을 만들다 보니 똑같은 사업을 각 기관이 별도로 수행하는 등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정리가 필요하지만 이것도 부처와 부서 이기주의에 막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는 현재 ‘노인 일자리 확충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노인회 등에 위탁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해 이들의 사회활동과 건강, 소득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 사업의 6개 일자리 유형 중 하나가 방범·순찰·거리지킴이 활동이다. 같은 복지부 내 아동청소년안전과는 ‘아동안전지킴이 사업’을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에 위탁해 하고 있다. 내용은 경찰·경비 분야 퇴직 노인을 활용해 아동범죄 다발 지역을 순찰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해당 부서별로 입장이 달라 입씨름만 계속할 뿐 진전이 없다. 한쪽은 노인 일자리 제공을 위해, 또 한쪽은 아동 안전을 위해 만든 사업인 만큼 사업 취지가 다르다고 서로 주장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경찰청 관계자가 노동부를 찾아와 통합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가기도 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은 위탁 사업자로서는 사업을 빼앗기는 꼴이 되기 때문. 당연히 복지부가 조정해야 하지만 뒷짐만 진 채 나서지 않고 있다. 각 기관이 통폐합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를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사업을 쪼개고 나눠서 수치와 예산을 늘릴수록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노력하는 정부’로 포장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관은 심지어 “왜 노동부가 남의 사업에 관여하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정부 일자리 사업이 공급자 위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국민이 어디에 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도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일자리 창출 정책 개발’을 요구받는 공무원들도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으로서는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면 되지 어떤 기관이 제공했느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부 일자리 사업은 위탁사업자나 주무 부처 공무원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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