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영우]우리 문화의 힘, 외양 아닌 내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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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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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얼굴을 보기 위한 나들이를 가리켰던 말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역사와 풍물, 그리고 인심의 체험으로 바뀐 것이 오늘의 관광여행이다. 교통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관광은 사치가 아닌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관광을 통해 여러 민족과 나라의 거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는데 관광을 통한 상호 이해의 증진은 정치나 외교가 해결하지 못하는 불신과 오해를 풀어주는 데도 한몫을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이 늘면서 관광은 이제 굴뚝 없는 산업이 됐다. 나라마다 치열한 관광 진흥 정책을 추진하면서 관광산업의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리라 예상한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관광 후진국의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으로나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큰 지장을 준다고 생각한다.

관광산업의 낙후성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유형의 전통문화재가 크게 훼손되고 여기에 전통문화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 및 역사교육이 침체된 것과 관련이 있다. 무분별한 개발정책 또한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재를 파괴한다. 개발에서 얻는 이익보다 문화재가 가져다주는 부가가치가 더 크다는 점을 알아야 관광산업의 미래가 밝아진다.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잠재적 경쟁력은 엄청나게 크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가치가 빛난다. 왕궁 왕릉 종교시설 국방유적 등 하드웨어의 규모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작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외형적 측면을 기준으로 삼아서다.

한국 문화의 본질은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 구성된 천지인(天地人)을 모두 생명체로 보고 생명을 아끼는 마음으로 자연과 인간을 한 몸으로 바라봤다. 또 그 마음으로 인간을 다스렸다. 건축 조각 음악 춤 그림 등 모든 예술, 음식과 의복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고, 백성의 생명을 아끼는 마음에서 왕궁 왕릉 종교시설이 소박한 형태로 작아져서 더욱 친근한 멋을 풍긴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비빔밥 갈비 김치로 보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 비빔밥은 오방색(五方色)을 나타내어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갈비나 김치도 온갖 재료가 혼합되어 맛이 오묘하다. 음식만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는 모두가 천지인을 한곳에 담아 비벼 놓은 결과이다.

생명에 대한 사랑은 평화로 이어지며 민주화의 진정한 바탕이 된다. 천지인을 하나로 보는 마음은 녹색혁명의 뿌리인 동시에 지구공동체의 진정한 초석이다. 예부터 군자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리고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엄청난 역동성을 보여준 한국인의 아름다운 선비전통을 관광한국의 핵심적인 메시지로 평가하고 계승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차별화된 고궁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창덕궁 달빛기행 체험행사’를 연 적이 있다.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한국 고궁의 아름다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만이 보여주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역사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담은 관광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한국 관광의 해’를 맞이하여 관광산업의 콘텐츠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영우 이화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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