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성하]나이아가라도 바닥 드러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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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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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아프리카대륙 남부를 오버랜드 트러킹(트럭버스를 이용한 오토캠핑투어)으로 취재하던 중 빅토리아 폭포(짐바브웨와 잠비아의 국경)를 찾게 됐다. 때때로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포함되는 이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미국과 캐나다의 국경), 이구아수 폭포(브라질)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로 손꼽히는 위대한 자연유산이다. 이 폭포를 세상에 알린 이는 나일 강 원류 탐사에 나섰던 영국의 리빙스턴 박사다. 그리고 폭포의 이름은 그가 자신을 지원한 당시 빅토리아 여왕에 대한 예우로 붙인 것이다. 하지만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목록에는 원래 이름이 함께 등재돼 있다.

그것은 ‘모시 오아 투니아’. 폭포 원류인 잠베지 강을 젖줄로 삼아 살아 온 원주민이 그들 언어로 불러온 이름으로, 풀이하면 ‘천둥이 울리는 물안개’다. 빅토리아 폭포를 보기 위해 항공기로 이곳을 찾은 여행객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수백 m 상공의 기내에서도 108m 아래 폭포의 용소에서 지상 100m 이상까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거대한 물안개를 볼 수 있어서다.

이 폭포의 위용에 눌려 멍하니 섰다가 문득 이런 생각에 미쳤다. 저런 폭포가 그 흐름을 멈췄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상상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우리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일이. 물론 빅토리아 폭포는 아니다. 그 폭포는 우리가 이 폭포보다 더 잘 알고 더 친근한 나이아가라 폭포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빅토리아 폭포보다 낙차도 작고 폭도 좁지만 초당 낙하수량만큼은 2배 이상이다.

1837년 어느 겨울의 일이다. 나이아가라 폭포 하류의 나이아가라 강 주변에 살던 농부들은 아침에 일어나 깜짝 놀랐다. 강이 말라 있었던 것이다. 괴이하게 여긴 농부들은 상류로 훑어 올라갔다. 그리고 폭포 앞에서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폭포는 온데간데없고 그 대신 해괴한 몰골의 절벽만 덜렁 서 있었다.

원인은 곧 밝혀졌다. 빙하였다. 나이아가라 강은 빙하호인 5대호 중 온타리오 호와 이리 호를 연결하는 물길이다. 5대호는 서로 연결돼 있고 그 물은 온타리오 호를 빠져나와 마지막으로 이리 호를 채운 다음 미국과 캐나다 국경인 세인트로렌스 강이 되어 대서양으로 빠져나간다. 이 사고는 온타리오 호에 남아있던 거대한 빙하가 쪼개져 생긴 얼음덩어리가 호수 출구를 막는 바람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 사실은 당시 미국 지리학회가 발간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보도됐다.

굳이 이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이유. 그것은 나이아가라 폭포의 멈춤에 담긴 대자연, 아니 세상의 메시지를 공유하고자 해서다. 당시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그 거대한 폭포가 멈추고 난 뒤 바닥을 드러낸 강과 폭포는 거기 쌓인 온갖 더러운 것들로 그리도 추할 수 없었다’고. 그렇다. 우리는 아름다운 폭포와 강만 보고 감탄했지 그 바닥에 그리도 추한 모습이 감춰져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세상에는 변치 않는 것이 있다. 거짓과 가식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그걸 증명해 준 실제 사례다. 저 나이아가라 폭포도 그 물 흐름을 멈추고 꼭꼭 감춰둔 바닥을 드러내는 마당에 어찌 인간이 저지른 죄와 잘못이 영원히 덮여질 수 있을 것인지. 난데없이 선거판에 뛰어들어 운 좋게 부동표나 훑어 모아 ‘운칠기삼’식 배짱으로 등록한 후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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