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들여다보기’ 20선]<7>사파리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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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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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과학의 학습장

◇사파리 사이언스/조수영 지음·효형출판

《“가젤은 사자의 먹이가 되지 않으려면 더 빨리 달리도록 진화해야 한다. 반대로 사자는 가젤을 잡기 위해선 한 발짝이라도 더 빨리 달려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그 한 발짝은 별 차이 없는 듯하지만 그 한 발짝을 두고 ‘달리기의 진화’가 이뤄진다.”》
과학교사가 체험한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이야기 자연이야기다. 아프리카 탐험을 통해 과학적 개념을 배우는 아주 특별한 여행기다. 타자라 열차에서 관성의 힘을 느끼고, 잠베지 강에서 래프팅을 하면서 작용 반작용의 원리를 배운다. 붉은 나미브 사막을 오토바이로 달리면서 풍력에 대해 논한다. 어디 이뿐인가. 기린을 통해 진화론을 공부하고 더 나아가 기린 심장의 압력과 혈액의 순환, 기린의 긴 목 등을 살펴본 뒤 아프리카 기린에 대해 고혈압 진단을 내린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프리카 초원만큼이나 끝없이 이어진다. 킬리만자로 정상에서는 적도에서도 만년설을 볼 수 있는 이유를, 잠베지 강에서는 관성의 법칙과 베르누이의 정리를 이용한 짜릿한 래프팅 비법을 알려준다. 빅토리아 폭포에서는 지구 중심으로 번지점프하는 법을, 남회귀선이 지나는 나미브 사막에서는 지구 자전을 이용한 비행법을 가르쳐 준다. ‘남극 신사’ 펭귄이 아프리카 남단까지 흘러들어 온 까닭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 테이블마운틴으로 오르는 케이블웨이의 원리까지….

저자를 따라 그 흥미로운 배경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다. 대류권에선 고도가 1k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6.5도씩 낮아지므로 6000m 고도의 킬리만자로 정상은 영하 10도에 가깝기 때문에 눈이 계속 내린다.

기린의 긴 목을 보면서 진화론을 공부해 보면 또 이렇다. 사람들은 기린의 목을 보며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생각한다. 하지만 두 이론 모두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저자는 설명해 준다. 후천적 변이는 유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저자는 라마르크와 다윈이 기린을 중요한 예로 다룬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잇는 타자라 열차는 사파리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며 국립공원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많은 교통수단 가운데 왜 열차에만 ‘안전벨트’가 없을까 의문을 제기한다. 그 답은 ‘관성력’과 ‘가속도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매력은 흥미로운 과학의 신비로움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사람들과 저자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배낭 하나 메고 떠난 여행이기에 숙소를 못 구해 난처해했던 일, 환전상에게 사기당한 일 등 친숙한 여행 에피소드도 많다. 그럴수록 저자의 여행은 더욱 경쾌해진다. 일상의 여행 얘기를 하다가 금세 과학으로 넘어가고 자연으로 넘어간다.

저자의 아프리카 여행의 출발지는 해발 1820m에 있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100달러를 요구하는 호텔 호객꾼들과 흥정 끝에 30달러로 합의하고, 잡상인들로 가득한 저잣거리를 활보한다. 그러다 갑자기 ‘케냐의 육상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고도가 높아 산소가 적은 곳에 오래 살다 보면 허파의 능력이 향상되고 헤모글로빈의 증가로 산소 운반 능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설명.

저자는 과학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 보고자 한다. 아프리카 동남부의 넓은 들판에서 만난 동물은 그에게 감동이었다. 그건 결국 생명에 대한 경외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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